작년에 가나아뜰리에를 놀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하게 된 이기훈 작가님의 작품
이번에 작업실을 대전으로 옮기게 되시면서
인터뷰하러 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기훈 작가입니다
원래 이 작업을 진행하신 게
얼마 안 되셨다고요?
네 수묵 작업을 오랫동안 했어요.
산수화를 계속 그렸어요.
학교도 굉장히 오래 다녔는데
전공도 다 동양화로만요 ㅎ
학부 석사 박사 다 산수화 전공했어요.
그것도 수묵 산수화 전공.
상대적인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다가
뭘 만들고 싶고 만들고 있으면
그림을 그리고 싶고.
너무 신기해요 ㅋㅋ
작품이 어떻게 180도 다를 수가 있죠
작품으로는 누군가 봤을 때
한 번에 갑자기 바뀐 거 같은데,
사실은 기존에도 가끔 다른 작업들도 했었죠.
정확히 뭐라고 말하기 애매한데,
제가 구해온 재료들을 보면서
이거 언젠간 써야 되는데,
이런 생각 있잖아요.
모아는 놨는데 작업실 한쪽 편에 막
모아놨다가 이거 어떻게 쓰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런 것들을 보면 상대적인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다가 뭘 만들고 싶고,
만들고 있으면 그림을 그리고 싶고.
누구나 그럴 것 같아요.
그때도 뭐 주워왔던 것,
옛날에 있던 것들을 모아서
어떤 특정 이미지가 아니라 물건들을 그냥 쌓아올렸어요.
제가 딴짓을 되게 많이 해봤었거든요.
사진 이상한 거 찍기도 하고.
스캐너를 집에 망가진 게 있어
가지고 복합기가 있잖아요.
그거 뚜껑을 떼서 박스를 짜서 올렸어요.
그 검은색 박스를 짜서 올려서
지금 하고 있는 작품들의 오브제를 넣어갖고
스캔을 받아봤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도 해보고,
언제부터 그런 짓(?)을 했었나요?ㅎㅎ
그냥 옛날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이게 그냥 작가로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됐죠,
예전에도 보면 누가 과제를 준다거나
뭘 시키면 그거대로 해오라는 건데
엉뚱한 짓 하고 있는 거 있잖아요.
어디 가서 딴 얘기 하고 있고
그래서 왜 그랬냐하고 물어보면
사실은 글쎄요, 없어요..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이것저것 손대는 것들만 많았던 거 같아요.
배운 것도 아니고 사실은.
제가 미대를 가기 전에 이쪽 계통의
일을 한 적이 있었어요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하고,
가게를 오픈하려고 하고 있었어요.
했다가 이제 망했죠.
그래서 막 그때 사 모으기도 한 것들도 있지만
망하고 나서 이제 많이 남은 거죠.
어쨌든 떠안고 살아야 되는 것들이죠
이런 것들은 피규어 라고 하는 건가요?
인젝션 키트라고 하거든요.
그리고 조금 다른 종류가 있는데
그건 그냥 개라지 키트라고 많이 불러요.
그 담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피규어
종류가 다양하네요
이 종류에 대해 각각의 특징이 있는 건가요?
피규어 같은 것들은 완성이 돼있고
컬러도 다 돼있는 거고,
인젝션 키트 같은 경우는 조립도 해야 되고
또 이제 컬러도 자기가 다 칠해야 되니까
도색을 해야 되는 거죠
이런 것들은 이 외에
더 어디서 구하시는 건가요?
뭐 남자들은 많이 그러죠.
이렇게 저런 거 보면 많이 좋아하죠.
그러니까 사 모으기도 했고 뭐 그랬던 것.
기간이 오래된 것도 있고.
그 담에 또 뭐 작업을 해서
최근에 다시 산 것들도 있고.
또 이렇게 좀 제품을 사는 것 외에도
가다가 주워오는 것도 있고,
조카들이 버리는 것도 가져오고,
그리고 또 뭐 주변에서 뭐 살 때도 있고,
요즘에는 작업 때문에 더 많이
예전에는 그냥 우연히 구하는 거라든지,
우연히 얻게 되는 것이 위주였는데,
작업 이후로는 좀 적극적으로
구매를 한다거나 주변에다 얘기를 하죠
뭐 그런 것들도 있었어요.
원래는 단독적인 장식물이 아닌데
제가 떼어 온다거나 누가 버린 거에서
뭐 가구라든지 주방용품이라든지
그 부분만 필요하면 떼 가지고
그걸 이제 재료로 쓴다거나
그다음에 장식품 같은 것들도
기념품 같은 것도 있고 장식품 중에서
여성용품 가방에 달려있던
패치라든지 뭐 이런 것들
또 한 가지가 잘 못 버려요.
또 주변에서는 쓸모없는 거라고 하더니만
뭔가 쓸데 있을 것.
그 강박증 있는 분들의 특징이 그거래요.
언젠가는 쓰겠지, 뭔가는 쓰이겠지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었는데.
자질구레한 쓸데없는 기억도
잘 못 버리는 것 같아요.
옛날에 있었던 사건 같은 거 있잖아요.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둘 다 똑같아요.
가끔은 그게 좀 없어졌으면 좋겠는데,
신경 쓰일 때가 있고.
지나고 지금도 생각나면 악-하고
소리 지를 때가 있고 그런데,
오래 갖고 있던 것들을
더 못 버리는 것도 있고.
저장 장치
누군가의 기억
약간 저장강박증 같은 건가요?ㅎ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왜 모으냐고
생각이 드냐면 저장 장치,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 뭔가를 버렸어요.
분명히 물건으로 보면 기능도 잃어버렸고
파손됐고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거나
기능이 유지되되, 유행이 지났다거나
너무 낡아서 교체하기 힘든,
근데 제가 물건을 못 버리는 것 중에 하나가
제가 만지던 건데,
보고 있으면 내가 뭐 했던 것 같은데
선뜻 버리기 애매한,
누가 버린 걸 갖고 올 때
그런 것들도 뭔가 감정이라든지
누군진 모르지만 누군가 물건을 또 보고.
그런데 여기저기서
함부로 주워(?) 오지 말라고 하잖아요.
악몽을 꾼다거나 그런 적은 없었나요?
아, 좀 강해 보이는 오브제가 있긴 있었어요.
화재 현장에서 있었는데 거기에서
사망 사건이 있었대요.
그런데 고 옆에 놓여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그곳에서 나온 건지
그 주변에서 나온 건지 모르지만
그 근처에 있었던 건데,
그렇게 너무 막 버려진 건데 갖고 왔죠.
처음에 안 가져오고 집에 갔는데
계속 그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저걸 갖고 와서 뭐 하면 좋겠는데.
그래서 그걸 갖고 왔어요.
가지고 집에 와서 그리고 놔뒀죠
헐 별일 없었어요?
뭐 아무 일도 없고.
사실은 반대로 무슨 일이 일어날 이유가 없는 그런 거죠.
칠하고 붙이는 작품 특성상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네. 작업할 때 날씨의 영향을
되게 많이 받죠
특히 습도
그리고 특히 도색할 때
자세한 부분들 때문에
색깔을 좀 얇게 칠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습도가 떨어진다거나 하면
잘 안착이 안 돼요.
야외에서 칠하다가 비가 갑자기 와가지고
칠하던 게 갑자기 다 망가진 적도 있고요
그런데 재료를 보니까 군인과
종교적인 것들이 있는데요.
의미가 있는 건가요?
많이 물어보세요.
사실은 작품 할 때는
그런 의미를 두지 않거든요.
근데 의도는 조금 있었던 건 맞아요.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가겠다고
사람들이 볼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그거에 맞춰서
이렇게 하는 것들이 있었거든요.
그랬는데 프라모델의 군인이 제일 많았어요.
그러니까 민간인도 나오기는 하는데
상대적으로 군인들이 많은 것도 있었고.
또 프라모델은 흔히들 말하는 SF 류의
건담류 이런 거고
피규어는 요즘 영화라든지
스포츠도 되게 많고
이런 프라모델에는 군인들이 상당히
많게 있거든요.
왜 군인이 많을까라는 생각은
저도 안 해본 것 같아요.
근데 이상하게 전쟁을 왜 저걸 만들었지
이런 생각도 안 했었던 것 같은데
이거 만들고 있다 보니까
저도 자동차 이런 것들도
많이 만들기도 하거든요.
비행기도 만들고 그러는데
이상하게 군인들을 많이 만들어놓고
2차 대전 이런 걸 많이 만들고 있고.
그 생산되는 상황이나 이런 걸 봐도
2차 대전이 끝나고 한 얼마 지나서부터
많이 회사들이 공장을 만들거든요?
처음 생산하고 지금도 많이 만드는 곳들을 보면
2차 대전 때 전쟁을 겪었던
나라들이 그걸 만들고 있더라고요.
작업하다가 막 묻더라고요.
저도 그제야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술은 저장장치이다
다른 사람들이 내 거를 봤을 때는
조금 더 좋아해 줬으면 하죠.
당연히 사람들이 되게 궁금해졌으면 좋겠고.
관심 가졌으면 좋겠고
산수화 작품이든 입체작품이든
저한테는 뭔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라든지
기억하고 있던 이런 것도
자꾸 저장하는 장치
제가 제 작품을 봤을 때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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