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인물이 되거라!
평일 오전 둘째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에 걸려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는 늘 예감이 좋지 않다. '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불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네~ 선생님!"하고 전화를 반갑게 받았다.
"안녕하세요~ ** 어머니!" 하고 누구의 엄마인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이가 체육 시간에 축구를 하다 다리를 다쳐서 보건실에 갔는데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 **이와 병원에 가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부랴부랴 학교를 갔고 아이는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었다. 혹시 뼈라도 부러진 건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 무섭기까지 했다. 차에 아이를 태운 후 어떻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체육시간에 축구를 했고 공을 찬다고 찼는데 운동장을 발로 찼다고 한다. 큰 아이는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는 없어 아픈 아이에게 말했다.
"얼마나 큰 사람이 되려고 너는 공을 차지 않고 지구를 찼을까? 아까 그래서 지구가 흔들렸구나!"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농담으로 나의 화를 삭였다.
우리는 집 근처 정형외과를 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 엑스레이도 찍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발이 부어 뼈에 이상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면서 MRI를 찍으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단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병원비가 꽤 나오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기가 빠지고 나면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이야기에 부기를 빼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다음 예약일을 잡고 나오자 간호사들이 아이의 발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반깁스에 목발까지 대령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주는 대로 다 받아왔다. 그리고 나온 병원비는 십만 원을 훌쩍 넘겼다. 어차피 실손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병원을 나왔다.
집까지 걸어가면서 열심히 목발을 짚던 아이는 너무 불편하다고 불평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목발이 없어도 걸을 수 있으니 필요 없다며 그냥 반깁스 상태로 학교를 갔다. 아니 그러면 목발은 뭐 하러 받아왔는지 모르겠다. 그때의 그 목발은 아직도 집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것을 버릴까? 당근 마켓에 내놓아 팔까? 아니면 나중에 또 쓸모가 있을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아직도 갖고 있다. 쓸모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데도 2년이나 지난 지금도 처분을 왜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