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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대화

by 정가을

#1


출근하느라 막 문을 나서는데, 부쩍 추워진 날씨에 손이 너무 건조하다고 느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1층을 누르고 얼른 가방에서 핸드크림을 꺼내 손에 발랐다. 9층에서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타셨다. 잠시 멈칫하시더니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와, 무슨 향이에요? 냄새가 정말 좋네요.”


“아, 자몽 향이에요. 바디샵에서 산 자몽 핸드크림이요.”


나는 얼른 가방에서 핸드크림을 꺼내 보여드리며 말했다.


“아, 자몽 핸드크림이요? 한번 가봐야겠네요. 향이 정말 좋아요.”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아주머니는 먼저 내리시며 뒤돌아 나를 보시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도 얼른 잘 보내시라고 대답했다.

분주한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눈 약 1분 정도의 이 짧은 대화 덕에 왠지 모르게 이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2


모던 하우스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아침 일찍 뉴코아로 향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크리스마스 맞이 접시를 하나 고르고 있었다. 내 앞에서 그릇을 보고 계시던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양손에 파스타 볼을 하나씩 들고 나에게 물으셨다.


“어떤 게 예뻐요?”


하나는 하얀색에 금테가 둘려 있었고, 다른 하나는 빨강, 파랑 테두리가 있었다.


“뭐 담으실 거예요?”


두 그릇의 스타일이 달라서 나는 용도를 물었다.


“그냥 카레 같은 거요.”


“아, 그럼 이게 좋겠네요.”


나는 왼쪽에 있는 빨강, 파랑 테두리의 그릇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죠? 이게 예쁘죠? 고마워요.”


아주머니가 웃으며 대답하셨다. 나는 아주머니가 저 그릇에 카레를 드실 때마다 지금 같은 미소가 번지길 마음으로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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