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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관장님!

by 정가을

괜한 걱정과 잡생각들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처지고, 조금 우울하기도 한 날이었다. 직장에서 생긴 작은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점점 큰 덩어리로 바뀌고 있었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길을 걸으며 한 초등학교 앞을 지나고 있었다.


방과 후 학교 운동장에서 크고 작은 아이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축구하던 고학년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학교 밖에 있는 나를 보며 뭐라고 소리를 쳤다. 얼굴까지 빨개지며 꽤 큰 소리로 빠르게 말하고 있었다. 순간 축구공이 내 쪽으로 와서 나보고 잡아달라고 하는 건가 생각하며, 그 학생의 말을 잘 듣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웬걸, 그 학생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관장님! 안녕하십니까, 관장님!”

무슨 상황인가 하고 뒤를 보니, 내 뒤로 노란색 태권도 학원 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헛웃음이 ‘피식’ 나왔다. 그리고 그 웃음이 ‘하하핫’ 하는 큰 소리의 웃음을 끌어냈다. 태권도 관장님이 얼마나 반가웠으면, 축구하다말고 뛰어와서 지나가는 차에 대고 그렇게 큰 소리로 인사할까?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그 관장님이 아이에게 주었을 따뜻한 무언가를 느끼며, 오전 내내 가라앉았던 기분이 순간 가벼워졌다.


그제서야 파란 하늘에 만개한 크림색 목련꽃이 보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행복한 추억이 있는 길이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거리와 고민이 뭐 대수란 말인가? 아이들은 건강하게 뛰어놀고, 꽃은 이렇게 예쁘게 피어있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에 살랑살랑 봄바람마저 부는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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