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들으며 스쳐 지나는 생각
노래를 들으며 드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 옹달샘(윤석중 작사, 독일민요 원곡)
생각하면 아득하기까지 한 초등학교 때(정확히는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기 전 국민학교 때) 코스모스가 바람에 날리고 벌들이 꽃잎 가장자리를 맴도는 길을 따라 집으로 가며 그날 처음 배운 이 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든 생각-왜 토끼는 세수하러 왔다가 그냥 물만 먹고 갈까? 세수하는 걸 잊어버린 걸까? 다른 생각을 한 걸까? 옹달샘을 보다가 깨끗한 자기 얼굴을 본 걸까? 다음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 것 같은 선생님께 왜 토끼는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지 물었다. 선생님은 공부는 안 하고 딴생각한다고, 감히 선생님을 놀린다고 자로 손바닥을 때렸다.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라던 선생님에게 그 후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떡갈나무 숲 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 혼자 마시곤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
-아무도 모르라고(김동환 시, 임원식 작곡)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들으며 드는 생각-왜 샘물을 아무도 모르게 혼자 마실까? 숨겨두고 혼자 마시는 것이 기쁨일까? 사랑하는 이와 친구와 이웃과 함께 마시는 기쁨보다 혼자 마시는 기쁨이 더 클까? 도로 덮고 내려오는 기쁨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나의 공감능력 부족 때문일까?
절벽에 매화 한그루 바위틈에 끼어있구나.
그렇게 구차하게 살아도 좋다하네.
청산에 비껴서서 굽어보며 사노라네.
청산에 비껴서서 굽어가며 사노란다네.
거꾸로 매달려도 제멋 제철을 못 이기어
눈 쌓인 그 사이로 향긋이 피었구나.
멋없는 잣나무들이사 그 마음을 어이 안다하리.
절벽에 매화 바위틈에 끼어있구나.
그렇게 구차하게 살아도 좋다하네.
청산에 비껴서서 굽어보며 사노라네.
청산에 비껴서서 굽어가며 사노란다네.
-매화(김인곤 작사, 김규환 작곡)
눈 덮인 바위틈에 핀 아름다운 매화의 기품 있는 모습을 그리는 이 노래를 들으며 드는 생각-어이해 잣나무가 매화보다 멋없는 나무일까? 어이해 잣나무는 매화의 의연한 마음을 모른다고 생각할까?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꿈길따라 그 임을 만나러 가니
길 떠났네 그 임은 나를 찾으러.
밤마다 어긋나는 꿈일양이면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꿈(황진이 시/ 김안서 역시/ 김성태 작곡)
相思夢(상사몽)
相思相見只憑夢 그리워라, 님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네.
儂訪歡時歡訪儂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 떠나왔네.
願使遙遙他夜夢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서로 만나기를.
황진이의 시 相思夢(서로 그리워하는 꿈)에 곡을 붙인 이 노래를 들으며 드는 생각-밤마다 님 찾아가는 그 꿈속의 길에서 언젠가 한 번쯤 그들은 서로 만났을까?
봄처녀 제 오시네.
새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
임 찾아 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 양
나가 물어 볼까나.
-봄처녀(이은상 시, 홍난파 작곡)
봄처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봄처녀를 그리는 마음이 선연히 그려진 이 노래를 들으며 드는 생각-시적 화자인 청년은 그의 집 앞을 지나는 봄처녀에게 행여 그대가 찾아가는 임이 나인가 하고 미안코 어리석은 양 용기 내어 물어보았을까? 아니면 망설이다 말 못하고 서서, 집 앞을 지나가는 봄처녀의 뒷모습만 바라보았을까? 물어보았다면 봄처녀는 무어라고 청년에게 대답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