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대한 환상을 거둘 차례
목차
1. 창업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2. 기복이 없는 삶
3. 창업가의 펄스널 브랜딩
주변 지인이 연락이 와서 창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의 창업에 대한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지만, 제 아무리 창업에 대한 열망이 뛰어나다고 해도 창업을 권유하고 싶지 않다. 1년 전의 나라면, 창업을 하고 싶다는 지인에게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창업 씬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창업은 지독히도 현실적이다.
최근 읽는 책에서 "청년 창업가는 젊어서 창업하는 게 아니라, 젊음을 희생해서 창업을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돌이켜보면, 한국 사회에서 "창업", "스타트업"이란 단어는 마치 힙하고, 낭만적이며, 진취적인 느낌이 든다. 언론에서 "혁신"이란 말로 "창업"의 이미지를 포장하고, 미디어 콘텐츠로 성공 가도에 있는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 있다면, 당연히 너도나도 창업에 환상을 꿈꾼다. 돌이켜보면, 나도 이러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창업을 더 권유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혹한기가 시작하면서, 창업에 대한 환상이 거둬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 누구나 알법한 대단한 스타트업들이 한순간에 자금이 없어서 파산 신청을 하고, 구조 조정에 들어갔다. 투자사에서는 기업을 평가할 때,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아닌 현재의 자생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최근에 공동 대표와 "우리는 창업을 정말 좋은 타이밍에 했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만약 혹한기가 시작되기 전, 즉 스타트업의 환상이 만연한 시절에 창업을 했다면, 갑자기 들춰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지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한다.
창업 시간은 길어지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을수록 감정이 침체된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 속에서 확신을 주는 요소가 없이, 나 자신만을 믿으며 묵묵히 견뎌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설령, 처음에는 괜찮을지라도 이러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의 불안감은 깊어져 간다.
"넌 기복이 없어"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내 장점을 물어봤을 때, 지인의 한 말이었다. "보통 사람은 기복이 있어서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어. 근데, 넌 항상 꾸준하고 일정해. 그게 너의 가장 큰 장점이야" 지인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 했다. 마음속에 불안감을 갖고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남들이 봤을 때는 확신을 갖고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지인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결국, 창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기복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나아가는 것, 설령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할지라도 참아내며 나아가는 것이 창업가에게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창업을 하기 전부터 펄스널 브랜딩을 꾸준하게 관리해 왔다. 경험을 공유하는 걸 좋아하는 탓에 1년이 넘도록 회사, 사이드 프로젝트, 창업, 공부 등을 주제로 브런치를 써왔다. 브런치에 적은 글이 주변에 공유되고, 책 출판, 외부 기고, 강연 제안까지 이어졌다. 펄스널 브랜딩에 복리 효과가 적용된 느낌이다.
요즘 들어, 내 펄스널 브랜딩이 창업 팀이 지닌 무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펄스널 브랜딩은 크게 2가지 부분에서 창업 팀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
(1) 서비스 홍보 및 유입
내가 쓴 글이나 개인적 활동은 대게 커리어와 밀접하다. 그러다 보니 서핏, 커리어리, 직장인 오픈톡방 등에서 내 브런치가 언급된다. 그렇게, 브런치에 들어온 분은 둘러보다가 투두몰 웹사이트까지 방문한다. 실제로 GA를 뜯어보면, 매일 일정한 비율의 유저가 브런치를 통해 유입된 걸 볼 수 있다.
투두몰의 타겟 유저는 20대 직장인이다. 그렇기에 내 포트폴리오나 브런치를 보고, 웹사이트에 방문한 분들은 우리가 설정한 타겟일 확률이 높다. 펄스널 브랜딩을 잘 쌓아온 덕분에 추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잠재 타겟 유저가 꾸준히 웹사이트에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말 나온 김에 한 번 구경하세요!
(2) 도메인 지식
마이플랜잇 팀은 직장인 학습을 메인 도메인으로 잡고 있다. 현 도메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직장인들이 어떤 주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학습하고 싶은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주제의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면 이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주제를 잘 선택했다고 한들, 학습 과정 자체가 재미가 없다면 결국 학습을 지속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만드는 투두몰도 직장인이 필요로 하는 바를 재밌게 학습하게 만드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펄스널 브랜딩을 커리어와 밀접하게 쌓아온 덕분에 다른 교육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아 강연 및 스터디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직무와 직급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직접 진행하며, 서비스가 속한 도메인의 지식을 가질 수 있다. 직장인이 어떤 부분을 배우길 원하고, 어떻게 알려줘야 더 재밌게 학습하는지 등을 몸소 느끼며, 이는 우리 서비스의 노하우에 그대로 반영된다.
2022년 회고를 할 때, 창업 외 영역에서 성과가 발생하는 걸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생각한 메인 영역은 "창업"이고,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은 서브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인이 아닌 영역에서의 성과도 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며, 이 기회를 잘 활용해서 메인 영역을 더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 기회를 어떻게든 만들고, 찾아온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이 바꼈다.
회사 오피스 툴에 능숙한
일잘러가 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