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걸 해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1년
2022년이 끝났다. 지난 1년은 그 어떤 해보다 시간이 빨리 지난 느낌이다. 지난 1년을 한 마디로 정의해 보자면, 지난해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1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했고, 다양한 경험을 가졌으며, 충분히 성장도 했지만,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한 감정은 왜일까?
사실은 크게 이뤄낸 게 없어서 만족스럽지 못한 감정이 든 건 아닐까? 자기 합리화를 하며, 많은 걸 이뤄냈다고 착각하지 않은 건 아닐까? 좀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지난 한 해의 굵직한 경험과 배운 바를 정리해 봤다. 막상 정리해보니 지난 삶 중에서도 가장 많은 걸 이뤄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남아있는 착잡한 감정은 무엇일까?
1. 회사, 에딧메이트 (1 ~ 5월 / 링크 )
프로세스와 JTBD 중심의 기획 능력을 길렀다.
다양한개발 이론을 공부했고, 개발자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는 능력을 길렀다.
코드스테이츠 PM 부트 캠프에서 멘토로 활동하면서, PM의 능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내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퇴사를 하고, 창업을 시작했다.
2. 창업, 마이플랜잇 (5 ~ 12월 / 링크 )
고객, 문제, 가치를 끝없이 검증하며, 고객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는 습관을 길렀다.
다양한 노 코드 툴로 서비스를 빌드 및 배포함으로써,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현하는 능력을 가졌다.
트래킹부터 분석까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혼자서도 가능케 하는 능력을 길렀다.
기획, 개발, 마케팅 등 다방면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제너럴리스트로서의 능력을 쌓았다.
연세대, 서강대, 오렌지플래닛, 시도 2022 등 여러 대회에서 서비스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수상을 거머쥐었다.
서비스의 판단 기준으로 "가치"뿐만 아니라, "BM"도 있음을 체득했다.
3. 사이드 프로젝트, 노션박스 (1 ~ 12월 / 링크 )
노션박스가 1년을 넘었고, 유입, 유저, 다운로드 등 다방면에서 놀랄만한 수치를 달성했다.
출판사한테 제안을 받아, 책을 출간했다.
노션 코리아를 포함해 다양한 기업 및 행사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PMF를 찾았고 사업을 확장했다.
꾸준한 매출이 발생하는 프로덕트로 자리 잡았다.
4. 개인 공부 (1 ~ 12월)
총 20권의 독서를 했고, 꾸준히 독후감을 쓰며 사고를 확장시켰다.
북 스터디를 지금까지 1.5개월 동안 운영하고, 독서를 루틴으로 가져갔다.
경험한 바와 공부한 개념을 매번 정리했고, 총 41개의 브런치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를 관심 깊게 본 5곳의 매거진에서 글 기고 요청을 제안받았다.
"데이터 분석"이란 무기를 갖기 위해, 꾸준히 코딩 공부를 했다.
불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22년의 성과가 "메인" 영역이 아닌, "서브" 영역에 집중됐기 때문인 듯하다. 22년의 나에게 있어서 메인 영역은 창업이고, 서브 영역은 사이드 프로젝트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주로 서브 영역에서 발생했다. 마치 주객전도처럼, 스테이크 집을 스테이크가 아닌, 김치가 맛있어서 찾아가는 느낌이다.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Input이 아닌 Output에 포커스 된다. 즉,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가 아니라 "노력 대비 결과가 얼마나 큰가?"가 중심이 돼야 한다. 노력만으로 인정받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많은 리소스를 창업에 쏟아부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창업에서 보이지 않았다. 창업을 한 지 7개월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게 욕심이라 말할 수 있지만, 기간이란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사람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것, 이것만큼 멋진 게 있을까? 나는 보통의 존재로 있는 게, 싫은 것 같기도 하다. 내년에는 메인의 영역에 더 많은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
착잡한 감정이 더 큰 이유는 선택에 따른 대가를 막아줄 방어제가 없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 모두는 매 순간 선택을 내리며, 이 선택이 잘못 됐을 시에 대가를 치른다. 하지만, 회사원 또는 대학생의 신분이라면, 회사와 대학교가 방어제가 작용된다. 회사원이라면, 잘못된 선택을 해도 자신을 지켜줄 회사가 존재한다. 대학생이라면, 그냥 학교에 다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지난해에 퇴사와 졸업을 모두 했기에, 내 선택에 따른 대가는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택의 영역도 넓어진다. 학생이라면, 학교라는 기준에 맞춰서 선택의 범위가 국한된다. 예를 들어, 월요일 아침 10시 수업이 있다면, 월요일 하루는 이 수업에 맞춰서 시작된다. 즉, 아침 10시 수업이란 기준이 있고, 이 기준의 범위 내에서 선택을 내리면 된다. 회사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기준이 있고 이 기준의 범위 내에서 선택을 내리면 된다. 하지만, 회사나 학교라는 울타리가 없는 현시점에서 일상의 매 순간을 선택해야 한다. 지난해,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나의 선택 때문이며, 그렇기에 감정적인 피로감도 당연할 수밖에 없다.
"성장의 복리"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매일 1%씩만 성장하는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그동안의 성장이 복리처럼 불어나 뛰어난 사람이 된다고 한다. 선택과 대가를 생각하니, "성장의 복리"가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매년 10%씩 성장한다고 해보자. 처음에 10.0의 능력치를 가진 사람은 내년에 11.0, 그다음 년에는 12.1의 능력치를 갖는다. 하지만, 같은 성장률을 보이기 위해서 첫 해에는 1.0의 능력치를 기르면 되지만, 그다음 해에는 1.1의 능력치를 길러야 한다. 필요한 성장치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의 성장을 판단하는 기준은 "과거의 나"가 된다. 지난해의 "나"와 이번 해의 "나"를 비교하며,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판단한다. 이전 해에 10.0의 능력치에서 11.0으로 성장했지만, 이번 해에는 11.0에서 12.0으로 성장한 사람은 스스로를 만족할까? 성장치는 1.0으로 동일하지만, 성장률은 훨씬 적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스스로 만족할 만큼 성장하기 어렵다.
이 어려운 구조에서 더 벗어나기 힘든 사람은 창업인이 아닐까 싶다. 성장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원하는 환경이 없는 상황에 있으면서, 성장의 책임은 오로지 자신이 가져야 한다. 스스로 내리는 선택 중에서도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선택도 있을 것이며, 결국 성장 달성치의 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을 수 있다. 그 사이에, "성장했다!"라고 느끼기 위한 요구치는 갈수록 증가한다. 달성치 와 요구치 사이의 괴리감이 지속되면, 성장의 부채를 갚지 못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채로 한 해가 끝난다.
올바른 선택을 내리고, 성장의 부채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닌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Input이 많은 사람이고, 잘하는 사람은 Output이 많은 사람이다. "잘"이 아닌, "열심히"에만 매몰된다면,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내릴 수 있다. 작년의 나는 "잘하는 사람"이 아닌,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번 한 해는 잘하는 사람이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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