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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meLee Apr 02. 2023

창업을 하는 당신은 '진짜 창업가'인가요?

스타트업 리스크 : 어느 창업가의 고백 - 김지호

목차  
1. 투자를 받는 게 정말 중요한가요?  
2. 성공 만큼이나 실패를 봤나요?  
3. 솔직히 창업이 폼나서 하는 건 아닌가요?  

 창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개월, 이 시간 동안 우여곡절한 사건을 거치며 나와 공동 대표는 창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공동 대표와 나는 둘 다 책을 자주 읽는 편인데 특히, 공동 대표는 경영 관련 책을 많이 읽는다. 몇 달 전, 공동 대표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다가, 우리가 바뀐 시각이 그대로 녹아 있다며 <스타트업 리스크 : 어느 창업가의 고백>을 추천해 줬다. 마음에 드는 책은 소장해야 직성이 풀리기에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을 열심히 뒤져봤지만, 이미 단종된 책이었다. 결국, 중고로 판매하는 책을 사서 읽었다.

중고 책이라도 살만큼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2007년도부터 약 10년 동안 창업가로 활동한 분이 창업과 스타트업을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 책이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책의 울림이 독자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에 따라서 크게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창업을 갓 시작했을 때의 나라면, "당연한 말을 하고 있네?"라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을 것이다. 반면, 창업을 향한 시각이 바뀌고 있을 때라면, 고민이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며 마음 한 편이 우울했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 자리 잡힌 현재는 깨달은 바를 좀 더 빨리 알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작년의 나를 만나서 그동안 깨달은 바를 이야기해도, 과거의 나를 설득시킬 자신은 없다. 그때의 나는 진짜 창업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고, 창업의 이상적 이야기와 이론만을 들었으며,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냉소한 현실을 몸소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가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는 면에서, 그만큼 많이 성장했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후회는 성장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위로이기도 하다.

과거의 나,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출처 : <인터스텔라>)




투자를 받는 게 정말 중요한가요?

1. 15년이나 앞선 창업가가 말한 자생력

 스타트업의 생존 요건은 무엇보다도 자생력이다. 스타트업은 시장의 검증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비용을 최소화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 p.101
 초기 기업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라는 말은 '나중에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어떻게 하면 자생력을 갖추어 단기간 내에 BEP를 넘길 수 있을지 전략을 세워보라'는 말로 해석되어야만 한다.
- p.133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게 검증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의 경쟁자란 결국 '경쟁자들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미 없는 존재들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가난한 경쟁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꼴이다.
- p.202


 <스타트업 리스크 : 어느 창업가의 고백>은 저자가 창업과 스타트업과 관련된 여러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묶어낸 책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자생력"이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기 전에 창업가에게 있어서 투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느리지만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보다, 투자를 땅긴 후에 돈을 쏟아부어 미래의 J 커브 성장을 노리는 게 정답인 시대였다. 하지만, 스타트업 혹한기가 찾아오면서 창업가는 "5년 후의 성공"을 바라보는 게 아닌, "지금 당장의 생존"을 풀 수밖에 없게 됐다. 즉, 그동안의 정답이 한순간에 오답이 됐다. 


 이제 스타트업 씬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저자가 그토록 강조한 "자생력"이 됐다. 재밌는 점은 혹한기가 찾아온 시점은 2022년 초인데, 이 책의 발행일은 2018년도 5월이다. 또한, 저자는 2007년부터 창업을 시작했다. 즉, 저자는 자신의 창업 경험을 토대로, 혹한기와 무관하게 자생력을 강조한 셈이다.

몇 년을 앞선 선견지명. 저자의 능력은 도대체..?


2. 자생력은 필수로, 투자는 선택으로

내부 관계자들보다 외부 이해관계자들만이 환호성을 내지를 확률이 높은 이 '고속 성장'은 어쩌면 매년 언론과 투자사들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트렌드 키워드일 뿐이다. 이 모든 현상들이 과대평가된 이 업계에서 과잉가치를 양산하겠다는 언론플레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자기들끼리의 주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따라서 과연 스타트업들이 목표로 하는 '고속 성장'은 마냥 좋은 것일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p.178


 창업을 갓 시작했을 때의 나는 빠르게 투자를 유치한 후, 이를 발판 삼아서 미래의 성장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때는 (1) 투자, 자체의 무게와 (2) 뒤이어 생길 예기치 못한 결과를 깊게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를 받는 순간 투자사 및 주주라는 새로운 이해관계자가 생긴다. 이들은 기업에게 영향력을 어느 정도 끼치며, 결과적으로 창업가의 권한은 줄어듦과 동시에 매 의사결정마다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 더군다나, 이들은 외부 이해관계자이기에, 내부 이해관계자만큼이나 기업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기란 어렵다. 즉, 외부 이해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창업가가 고려하는 바와 감정적 스트레스를 100% 공감하기 어렵다. 투자사로부터 공감받지 못한 상태에서 창업가가 묵묵히 지는 무게감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투자를 받았지만, 알고 보니 구상한 BM이 올바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단 투자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매출보다 비용이 더 큰 서비스라면? 우리가 생각한 타겟 유저가 알고 보니, 전혀 타겟이 아니라면? 혹은, 타겟 유저가 우리가 생각한 만큼 돈을 지불한 의향이 없다면? 결국 밑 바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투자금은 의미 없이 소실되기만 하고, 결국 기업은 생존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진짜 중요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예전에 투자를 받았고 해당 금액을 모두 소실한 상태라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가장 본질적인 답은 '자생력'을 최우선 목표로 선정해 풀어가고, 투자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상태에서 선택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투자는 자생력을 갖춘 후에 뒤따라와야 더욱 안전한다. 물론, 이는 이상적인 상황이며, 현실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업이 당장 생존할 수 없을 만큼 자본이 없는데, 자생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며 투자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알고는 있지만, 따를 수 없는 게 지독한 현실이자 창업가의 딜레마다.

창업가는 언제나 딜레마에 빠진다.




성공 만큼이나 실패를 봤나요?

내게는 사업을 해오면서 가지게 된 철학이 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실패를 이끌어 낼 것인가?" 이 문장 속에는 사전의 리스크를 발굴해 커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가장 안정적인 최선의 선택을 하며 최대한 빠른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 p.46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창업 관련 교육 시간을 따지자면 한 1,000 시간은 족히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혹은 부족한) 주제가 있었는지를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코 '리스크 매니지먼트'라고 할 것이며, 가장 필요한 교육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다양한 실패 사례와 어떠한 의사결정으로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의 가능성(예측)"이라고 말할 것이다.
- p. 235


 창업가는 10명 중 9명이 실패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창업을 성공하기 위해서 충족해야 하는 요건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요건 중 몇 개라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창업이 실패로 이어진다. 실패를 피하지 못하고 맞닥트리는 운명이라면, 적어도 이를 사전에 예측해서 최소화하는 게 최선의 대응책이다. 요즘에는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매 선택을 내릴 때,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를 함께 고민한다. 앞선 투자에 대한 고민도 부정적 결과를 꾸준히 고민했기에,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행복 회로를 풀가동 하면, 진짜 큰일 난다...


 창업가는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이때, 선택의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행복 회로를 돌리지만, 알고 보니 부정적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 예시를 들어보자. 사전 테스트를 신청한 분들에게 낮은 완성도의 MVP 서비스를 보여줄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해보자. 해당 서비스를 보여줬을 때, 유저의 반응을 사전에 확인해 빠른 검증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검증 결과를 토대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긍정적인 결과다.


 그렇다면, 어떠한 부정적인 결과가 있을까? 기능의 완성도가 미흡한 탓에 유저가 실망하고 서비스를 이탈할 수도 있다. 이때, 유저의 이탈이 기능 자체의 문제인데, 서비스의 핵심 가치가 아예 잘못 됐다고 오인할 수도 있다. 즉, 잘못된 검증 방식으로 인해 올바른 방향을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사실, 모든 상황에서 절대적인 정답은 없고, 모두가 창업가의 선택일 뿐이다. 과거의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긍정적 결과만을 고민해 선택했고, 이 선택의 대가를 치른 적이 있다. 이때의 선택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 선택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결과를 깊게 고민하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를 함께 고민한다면, 적어도 더 나은 선택을 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긍정적 결과에만 빠지면 안 된다. (출처 : <유튜브, 빵빵이의 일상>)




솔직히 창업이 폼나서 하는 건 아닌가요?

만약 스타트업에 지원하고자 한다면 기존에 그 회사에 모여 있는 구성원들은 실질적으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이루어 내고 있는지 고심한 후, 문을 두드려야 한다. 또한 나 스스로가 이곳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을 얼마나 만들어(벌어)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여야 비로소 서로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사이가 될 것이다.
- p.33
우리가 창업에 도전해야 할 이유로 '젊으니까'가 더 이상 쉽게 남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보다 철저한 준비로 경각심을 가지고, 창업이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소중한 젊음을 희생'하는 행위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 p.60
정리하여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창업이 절대 우리들에게 있어서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최선인 것 마냥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어른들은 더 나쁘다'라는 것을 지적한다. 
- p.280


 돌이켜보면, 현재 사회가 생각하는 창업은 이상향에 가득 찬 것 같다. 내 주변 지인이 창업을 생각한다고 말할 때마다, 왜 창업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본다. 이때, 답변을 들어보면 창업에 대한 이상향에 매몰된 상태임이 느껴진다. <스타트업 리스크 : 어느 창업가의 고백>에서도 저자는 창업을 절대 가볍게 선택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창업은 우리의 이상과 다르게 지독히도 현실적이다. 설령, 자신은 다르다고 할지라도 막상 부딪혀보면, 자신도 결국 마찬가지임을 느낀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나 또한, 과거에 창업을 오만하게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전 회사에서 대표님에게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는 게 더 안정적이기에 늦기 전에 창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이때, 대표님은 나에게 오히려 젊어서 하는 창업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창업을 하면, 나의 커리어가 자칫 무너질 수도 있기에 큰 기업에 입사해서 경력을 쌓은 후에 창업을 하라고 권유했다. 당시에는 대표님의 말씀을 100% 공감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해가 간다. 

맞아봐야 팩트를 깨닫는다...


 창업을 선택한 사람은 설령 창업에 실패했어도, 이 경험이 더 큰 기회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많은 사람이 창업을 하는 시대다. 언론에서는 창업을 종용하고, 창업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창업은 일종의 트렌드이자 문화로 자리 잡혔다. 이를 냉소적으로 바라본다면, 이제 창업가라는 타이틀은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창업에 실패한 사람이 기업에 들어간다고 해보자. 대다수 입사 지원자가 창업가 출신이라고 말을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이들을 좋게 볼까? 오히려 능력이 부족해서 창업을 실패하고, 기업으로 도피한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을까? 적어도 모두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창업가 출신만을 좋게 볼 뿐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창업을 꿈꾼다. 이는 창업이 실패한 순간의 리스크를 그만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더 나아가 창업이라는 이상향에 갇혀서, 창업가라는 타이틀이 멋져 보여서 리스크를 고려할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닐까? 만약 과거의 나가 이러한 부분을 더 깊게 살펴볼 수 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더 높은 단계에 있지 않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사람은 창업이 멋져보이기만 하다.

창업을 해보기 전까지는 창업이 멋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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