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데이터가 없다면? 일단 밖으로 나가!
목차.
1. 데이터로 고객을 알아보자.
2. 발(foot)로 뛰면서 얻은 데이터.
하나라도 해당되면,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1. 우리 고객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2. 고객과 관련된 데이터가 전혀 없다.
3. 어떻게 데이터를 찾아야할 지 모르겠다.
태초에 고객이 있었다.
'프로덕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에게 그들이 원라는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고객의 니즈와 페인 포인트를 파악해 핵심 가치를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로덕트를 만들기 전, 이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고객이 누구이고, 이들이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만약 처음부터 잘못된 고객에 주목하거나 혹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잘못 파악한다면, 아예 잘못된 프로덕트를 만들 수도 있다.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선 데이터에 주목해야 하는데, 이는 고객 정의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려면 무엇보다, 고객과 관련된 데이터를 뜯어봐야 한다. 이 때,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 량이 필수적이다. 1명의 이야기만 듣고, 그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데이터가 없다니깐요!
근데 스타트업에서 고객과 관련된 데이터가 언제나 넘쳐나는 건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고객 데이터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혹은, 프로덕트에 따라서 데이터의 볼륨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단편적으로, B2B 스타트업은 B2C에 비해 고객 수가 적으므로 데이터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고객 데이터가 아예 없거나 적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객 데이터가 아예 없다면? 그냥 발로 뛰어!
메이아이는 내가 일했던 스타트업으로, 오프라인 공간에 설치된 CCTV를 AI로 분석해 방문객 데이터를 수집 및 제공한다. 메이아이도 초기에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하기에 앞서, 좀 더 고객을 이해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B2B 솔루션이기 때문에 고객 표본 데이터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아직 초기 단계라서 솔루션을 사용하는 고객도 많지 않았다. 즉,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적은 상태라서,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논의 끝에 가장 단순해보이지만, 효과적인 답을 도달했다. 바로 ‘발로 뛰는 것’이었다. 여기서 '발로 뛴다'는 비유가 아니라, 진짜 현장을 두 발로 돌아다니는 걸 뜻한다.
고객은 '오프라인 방문객 데이터 수집'이란 가치를 위해 메이아이를 찾는데, 우리가 등장하기 전까지 와이파이 기기, 비콘, 적외선 센서 등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즉, 이러한 장치를 사용하는 매장은 '오프라인 방문객 데이터'라는 가치를 원하는 곳이며, 이들은 모두 메이아이의 타겟 고객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매장을 찾고 특징을 분석한다면,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정보를 사무실에서 얻기란 불가능했다. 와이파이 기기, 비콘, 적외선 센서 등이 설치된 매장이 어디인지 알려면, 매장을 직접 가봐야만 한다. 팀에서 매장을 발로 뛰면서 찾아보고, 이렇게 얻은 데이터로 고객 페르소나를 그리기로 했다.
무작정 나가지 말고, 계획 먼저!
무작정 나가기보다, 계획을 짠 후에 돌아다니기로 결정했다. 하필 여름이라서 무작정 나가면 더워죽었다...! 액션의 목표로서, '기존 솔루션을 사용하는 매장을 찾아내고, 우리의 고객을 정의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어내자'를 설정했다. 그리고, 발로 뛰어다닐 장소로 어디가 좋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위치나 공간에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의 속성은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은 길가에 위치한 매장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제품을 판매한다. 다른 예로, 청담~신사에 있는 매장은 제품 판매보다, 브랜드 홍보를 목적으로 운영된다. 이렇게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대상을 같은 집단이라 여기고 분석한다면, 완전히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대상은 완전히 구분된 집단으로 보고, 각각의 데이터를 분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 답사 대상을 '백화점'과 '매장 밀집 구역'으로 분류했다.
백화점 : 판교 현대 백화점, 강남 신세계 백화점, 신촌 현대 백화점
매장 밀집 구역 : 한남동, 가로수길
얻고자 한 데이터 : 와이파이, 비콘, 적외선 센서 등으로 방문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매장의 데이터
2000개의 매장을 방문하다.
'백화점'으로 판교 현대 백화점, 강남 신세계 백화점, 신촌 현대 백화점을 방문했고, '매장 밀집 구역'으로 한남동과 가로수길을 돌아다녔다. 발로 뛰기 전에 각 백화점 사이트에 접속해 매장 지도를 다운로드하고,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짰다. 네이버 지도에서 한남동과 가로수길 지도를 다운로드하고, 마찬가지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짰다. 각 지역에 있는 모든 매장을 돌아다녔고, 와이파이, 비콘, 적외선 센서 등 방문객 데이터 수집 장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체크했다. 사전에 다운로드한 지도에 어떤 장치가 있고, 얼마나 설치가 돼있는지 바로 표시했고, 대략 2000개의 매장에 방문했다. 이야 이거 완전 유산소 운동이자나~
각 매장을 단순히 수치로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 직원과 이야기를 나눠서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다. 이와 관련된 웃긴 썰이 있다. 우리 소속을 밝히고 직원에게 물어본다면, 자칫 경계심이 생겨서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부 매장 직원에게 마케팅 팀플을 하는 대학생이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사실, 난 아직까지 대학생이 맞긴 하다. 거짓말은 아니지! 이런 위장 조사(?) 덕분에 지금까지 미처 알지 매장 운영 시스템이나 방문객 분석 시스템 등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무식한 게 때론 효과적이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했다. 계수기가 있는 매장을 필터링하고, 이 매장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 특징을 추출했다. 데이터에 기반해 우리의 페르소나가 무엇인지 그려볼 수 있었다. 이 현장 조사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이후의 팀 액션에도 기반이 됐다. 사무실 책상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도 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찾아야지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도 있다. 무식한 방법이 때로는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