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시작이다.
목차
1.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2. 팀원의 속도를 맞춰주면, 팀은 느려진다.
3. 피드백을 허용하되, 경계하자
4. 조급하지 말고, 빠르게
우리 이제 진짜 시작이네? 고생 많았다.
공동 대표가 며칠 전, 나에게 한 말이다.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이 한 마디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지난 5월 에딧메이트 회사를 퇴사했다. 27살의 나이, 더 늦기 전에 창업을 해보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었다. 하나의 문제를 풀면 두 개의 문제가 나타났고, 두 개의 문제를 풀면 네 개의 문제가 나타났다. 마치 타래처럼,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꼬리를 물며 등장했다.
경험하고 느낀 바를 글로 기록하길 좋아한다. 두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깨달음을 정제하는데 글만큼 좋은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면서 깨달은 부분을 글로 써내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회고 겸 창업 일지를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입니다.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가 곧 "창업한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업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로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가 있는 듯하다. 창업을 시작하니, 서비스를 만드는 일 말고도 해야 하는 부수적 업무가 너무 많다. 함께 할 초기 팀원도 계속 찾아야 하고, 보유한 자금을 기반으로 런웨이를 고민하고, 회계 및 재무와 관련된 서류 작업도 처리해야 한다.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온 신경을 쏟고 싶지만,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결의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전환 비용이 발생하고, 집중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극단적인 J형 사람이라서, 부수적 업무로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참고로 필자의 MBTI는 ENFJ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내가 내린 답은 빠르게 해치우는 것이다. 하기 싫다고 끝까지 미루면, 오히려 미루는 시간 동안도 스트레스가 다가온다. 언제가 해치울 수밖에 없는 일이면, 빨리 해치우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창업을 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냐는 물음에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답이 있다. "처음에 팀을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함께 창업할 팀원을 찾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각자가 창업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창업을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리소스를 쏟아 놓는다. 반대로, 또 다른 누군가는 창업이라고 말하지만, 마치 사이드 프로젝트로 보는 사람도 있다.
초기 창업 팀에서 창업에 "100% 진심인 사람"과 "100% 진심이 아닌 사람"이 공존하기 어렵다. 매출도, 수익도 없고 서비스가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초기 창업 팀일수록 불확실성은 클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을 타파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피로감은 피할 수 없다. 이때, 나는 온 힘을 다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내 옆에서도 함께 온 힘을 다하는 팀원이 있다면, 나도 더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하게 된다.
진심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했을 때, 팀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창업에 진심이 아닌 사람은 진심인 사람보다 발걸음이 느릴 수밖에 없다. 학교 공부를 하고 싶고, 개인 공부도 하고 싶고, 친구들과 놀고도 싶고... 하루 24시간 중에 절반 이상을 창업에 쏟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둘의 속도 차이는 당연하다. 물론 단시간에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투자할 수 있는 리소스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속도를 함께 빨리 낼 수 없는 사람이라면, 과감히 쳐내야 한다. 만약 함께 한다면, 느린 속도의 팀원을 맞춰줘야 하고, 결국에 팀의 속도가 느려진다. 빠르게 나아가고 싶은 팀이 개별 팀원의 속도를 맞춰주려는 순간, 팀은 느려진다.
창업을 시작하고 다양한 멘토링과 투자 심사를 듣는다. 멘토링과 투자 심사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 온 멘토와 VC 분들이 서비스와 BM에 대해 피드백을 준다. 초기에 이 피드백을 모두 수용하려고 노력했고, 어느 순간부터 처음에 우리가 정의한 문제, 핵심 가치와 솔루션이 불명료해졌다. 앞선 요소들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에, 이 요소를 팀원 모두가 확실하게 같은 걸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 기준이 불명료해진다면, 팀의 의사결정과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해진다. 그동안 여러 액션과 고민을 통해 문제, 핵심 가치와 솔루션을 정의해왔다. 하지만, 피드백을 모두 수용하는 순간부터 과거의 경험과 생각이 희석되며 우리의 판단이 담기지 않게 됐다. 결과적으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방향으로 팀이 흐르게 된다.
방향이 이상해졌음을 깨달은 순간, 이미 많은 리소스를 비효율적으로 쓴 이후였다. 기준을 다시 확실히 잡기 위해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 핵심 가치, 솔루션을 한 장으로 담은 프로덕트 선언문을 제작했다. 현재는 이 선언문을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모든 액션의 의사결정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비스를 만들 때, 고객의 목소리를 맹신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알고 있음에도,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보다 잘 알 것 같다"라는 믿음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서비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1) 직접 고객을 만나고 (2)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보며 (3) 데이터에 기반해 많은 고민을 한 "우리"인데도, 이를 잊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의 피드백이 무의미한 건 절대 아니다. 외부인의 피드백은 팀의 고착된 인식을 리프레쉬해주기도 한다. 즉, 다른 사람의 피드백은 허용함과 동시에, 경계해야 한다.
앞서 말한 문제, 핵심 가치와 솔루션은 모두 가설에 불과한다. 고객을 만나고, 이 가설을 검증하기 전까지 사실이 아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리가 설정한 가설을 검증해왔다. 거의 1~2주 간격으로, 1번씩 실험을 진행해왔는데 랜딩 페이지, 타겟 광고 실험, 노 코드 툴로 MVP를 만들어서 배포하기 등등 많은 실험을 꾸준히 해왔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깨달은 부분은 한 번의 실험에는 명확하고 확실한 인사이트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험의 결과는 넥스트 액션을 제시한다.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해서 검증한다. 그리고, 다시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해서 검증한다. 가설 - 검증 사이클에서 가설은 이전의 검증에 기반한다. 바꿔 말해, 실험 결과가 불명료하면, 넥스트 액션도 불명료해진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막상 실험을 설계할 때 이 부분을 망각하게 된다. 초기 창업 팀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에,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걸 알아내고 싶다. 이 마음은 팀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주지만, 때로는 조급함이 되어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현재는 아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가설을 설정할 때마다,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다.
이번에 검증하고 싶은 가설은 무엇인가?
검증하고 싶은 가설의 이면에 너무 많은 가설이 얽혀있는 건 아닌가?
이번 실험에 검증하고 싶은 가설이 여러 개는 아닌가?
이번 실험이 집중한 가설을 명확하게 검증할 수 있는가?
회사 오피스 툴에 능숙한
일잘러가 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