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8일
주말인 오늘도 역시나 엄마와 운동을 나왔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려고 해서 그런지 군데군데 하루살이 무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하필 지나가는 길에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 지난 하루살이 구간은 괜찮았지만, 두 번째 구간은 정말 끔찍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수십만 마리가 그곳을 장악해, 마치 뉴스에서 본 메뚜기떼 습격 장면과 비슷한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하필 여기에 있냐... 하...'
지나가기 싫었지만 길을 나서려면 그곳을 통과해야만 했다. 다른 길이라곤 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 다른 길로 나가는 것뿐이었다. 엄마와 나는 저 자연자해 같은 곳을 누가 먼저 지나갈지 옥신각신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가 먼저 지나가. 저건 진짜 아닌 거 같아. 아니다. 그냥 내가 먼저 지나갈게. 엄마 엄청 천천히 갈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뛰어가는 게 낫겠다. 입 막고 가. 저기서 입 열고 숨 쉬다가는 하루살이 100마리는 먹겠네."
"흡!" 나는 입을 막고 숨을 참으며 그 구간을 벗어났고, 내 뒤로 엄마가 따라오셨다.
"네가 앞에 먼저 가준 덕분에 네가 뛰어간 곳은 벌레들이 도망가서 지나오기 편했다. 고마워~"
정말 어이가 없었다. 누구는 입 막고 숨 참으며 뛰어왔는데...
엄마는 나를 '인간 방어막'으로 활용해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편하게 지나오신 것이었다.
뭐, 엄마가 편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뭔가 억울했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또다시 자연재해를 경험하고 싶지 않아 다른 길로 돌아서 갔다.
돌아가는 길 역시 하루살이 무리가 있었으나, 이미 더 끔찍한 곳을 겪은 뒤라 이 정도는 귀여워 보여서 웃으면서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