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을 위한 마음의 정리
예전에 아빠 물건을 한참 정리했을 때,
방 안에는 묵은 냄새와 함께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때 엄마가 했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60이 되면 사용할 것만 남기고, 조금씩 물건을 간소화하고 최소화해야 되네."
엄마의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엄마의 그 말에는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얻은 지혜가 녹아 있었다.
아빠가 60대 초반에 돌아가시고 난 뒤,
아빠의 유품과 통장을 정리하는 일은 주로 엄마의 몫이었다.
수많은 옷과 열 가지 넘는 통장을 정리하시면서,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네 아빠 물건 정리하다 보니까,
60대 이후부터는 통장도 자식을 위해 미리미리 최소화해 놔야 되더라.
옷도, 가방도, 신발도 오래된 것들은 다 미리 버리고..."
아빠는 언젠가 시골로 내려가 살겠다고 하셨기에,
그 꿈을 위해 남겨둔 물건들이 많았다.
그러나 뜻밖의 이별은,
그 꿈도, 정리할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정리'의 사전적 의미는
"어지럽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알맞게 고치거나 치워서 가지런하게 함"이다.
하지만 일상적 · 철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정돈하는 행위가 아니라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공간과 마음을 비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정리란 결국, 물건을 치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내는 일이다.
남은 것들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10대의 정리는 귀찮음이다.
정리의 시작도 모르던 시절, 엄마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
자기 의지보다는 의무에 가까운 정리이다.
20대의 정리는 설렘이다.
성인이 되어 시작을 위한 정리를 하고,
새로운 환경에 나를 맞추기 위한 설렘의 시기다.
30대의 정리는 선택이다.
관계와 현실이 복잡해지며, 효율을 위해 버리고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르는, 현실적인 정리를 하는 시기다.
40대의 정리는 돌아봄이다.
버릴 것과 남길 것 사이에서,
삶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시기다.
50대의 정리는 비움이다.
부모의 물건을 정리하며,
언젠가 내 물건도 이렇게 남겨질 것을 떠올리고,
물건보다 기억을 남기는 정리를 하는 시기다.
그리고 60대 이후의 정리는
남은 이들을 위한, 사랑의 예고다.
남은 사람을 위해,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준비다.
요즘 같은 고령화 시대에 60대는 여전히 청춘이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정리할 힘'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나이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더 들면, 정리조차 버거워지니까,
엄마의 말처럼 정리는 남겨진 사람을 위한 사랑의 예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리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