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남긴 가장 큰 유산
'아끼면 똥 된다.'라는 속담은 유머러스한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생을 미루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긴 속담이다.
아빠는 언젠가 시골로 내려가 살겠다고 하셨다.
엄마가 새로 사준 메리야스, 각종 옷들, 그리고 신발들까지...
아빠는 그 '언젠가'를 기다리며 차곡차곡 모아두셨다.
신발장에는 채 신지도 않은 새 신발 다섯 켤레가,
아빠의 '언젠가'를 기다리며 묵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끝내 오지 않았다.
아빠가 세상을 떠나신 후,
엄마는 신발들을 하나하나 꺼내 의류수거함에 넣었다.
새것처럼 반짝이던 구두가 차가운 철제 통 속으로 떨어질 때,
묘한 허무함이 밀려왔다.
"에휴... 다 시골 내려가서 신을 거랬더니. 신지도 못하고 갔네.
내가 메리야스 아껴 입지 말라고 새로 사준 건데, 아끼느라 입지도 않고..."
"아끼다 똥 됐네. 똥 됐어."
아끼면 똥 된다는 말, 그저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 말은 아빠의 수많은 옷가지와, 유품을 정리할 때마다 튀어나왔다.
아빠가 아끼고 아끼던 것들이
결국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는 걸 보며 나는 크게 깨달았다.
'언젠가'라는 말만큼 위험한 단어는 없다는 것.
그 '언젠가'는 대개 오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날 이후로 엄마와 나는 물건을 아끼지 않는다.
전부터 아껴두던 물건들도 꺼내 팍팍 사용하고,
좋은 접시는 평범한 날의 저녁식탁에도 꺼내 쓴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도 '나중에'라는 말 없이 바로 실행에 옮긴다.
왜냐면 인생은 미루는 순간 낡아가고,
사는 일은 결국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특별하니까.
살다 보면 '언젠가'라는 말을 습관처럼 쓰게 된다.
언젠가 여행 가야지, 언젠가 만나야지, 언젠가 해봐야지.
하지만 그 언젠가는 생각보다 쉽게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언젠가'를 한 번도 맞이하지 못한 채,
오늘을 잃어버리곤 한다.
아빠가 남겨주신 건 신발 다섯 켤레가 아니라,
그 신발들에 담긴 가르침이었다.
삶은 아껴 쓰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다 써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