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자

2024년 03월 13일

by 로벨리아

오늘은 설사 기가 조금 있고 약간의 무기력증만 남은 상태다.

그래도 어제보다 훨씬 많이 나아졌다.

어제 엄마가 저녁 혼자 허겁지겁 먹게 됐다고 하셔서 놀랐다.

어젯밤 퇴근하고 집 문을 열고 들어오셨는데, 평소와 다르게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서 엄청 놀라셨다고 한다. 평소 내가 항상 "다녀오셨어요" 하고 밝게 인사를 하곤 했는데, 어제는 아파서 누워 있었던지라

텅 비고 적막한 거실의 싸한 분위기가 엄마를 불안하게 만들었나 보다.


하루 아팠을 뿐인데 청소를 못 해서 바닥 이곳저곳에 떨어진 머리카락과 먼지가 눈에 너무 띄었다.

일어나서 청소기도 돌리고 창문을 열어 환기도 시켰다.

청소를 하며 '내가 평소에 하는 청소가 중요한 일이구나...' 하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청소가 별것 아닌 집안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거 있는' 일이었다.


퇴근하고 오신 엄마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파서 청소 못 했더니 머리카락이랑 먼지가 너무 많이 보여서 오늘 청소했어. 집 깨끗하지?"

"응, 깨끗하네. 아픈데, 좀 쉬지... 하면 티 안 나고, 안 하면 티 나는 게 청소야. 신기하지?"


"그러니까. 어떻게 된 게 반대야. 원래 하면 티가 나야 하는데, 안 하면 티가 나는 게 신기하긴 해."


엄마의 말씀이 참 묘했다. 원래는 공들여 한 만큼 티가 나야 정상인데,

오직 빈자리로만 존재감을 증명하는 청소의 속성이 신기하고도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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