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친족법 상담일지 #12
홍예지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며느리의 알코올 중독과 불륜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던 아들이
얼마 전 스스로 세상을 떠났고, 며느리는 여전히 손녀를 방임하고 있습니다.
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김시모씨는 이른 나이에 사업가인 남편과 결혼하여 20대 초반에 첫아들을 낳고 뒤이어 둘째 딸도 낳았습니다. 정성으로 키운 아들은 장성하여 소개팅에서 며느리를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겨, 6년 전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쁜 손녀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손녀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즈음 아들 부부가 맞벌이를 시작하면 아들 부부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김시모씨가 손녀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김시모씨는 50대 초반의 젊은 할머니였기에 손녀를 돌보는 일이 버겁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녀를 데리러 오는 일은 항상 아들의 몫이었고, 며느리가 김시모씨 집에 방문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퇴근 후 손녀를 데리러 오는 아들의 얼굴이 어두워져 갔습니다. 김시모씨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걱정 마세요”라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김시모씨는 아들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되었지만, 자꾸 묻는 것이 아들 부부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까 하여 애써 말을 삼켰습니다.
그러던 1년 전 어느 주말, 심각한 얼굴을 한 아들이 김시모씨를 찾아와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결혼 전부터 애주가였던 며느리는 손녀를 출산한 후 우울증의 영향으로 알코올 중독 상태가 되어 손녀를 전혀 돌보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아들과의 갈등이 극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며느리가 직장 동료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아들은 며느리와의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며느리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고, 손녀를 돌보는 일은 거의 김시모씨가 전담하였습니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소송으로 인해 아들은 무척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얼마 전,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시모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로 인해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방긋 웃고 있는 손녀만은 지켜야 했습니다. 이에 김시모씨는 어느 정도 상황을 정리한 후, 손녀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자 법률사무소에 찾아왔습니다.
손녀에 대한 며느리의 친권, 양육권을 박탈할 수는 없나요?
며느리의 친권, 양육권이 박탈되거나 제한된다면, 손녀의 법적 보호자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Q1) 손녀에 대한 며느리의 친권, 양육권을 박탈할 수는 없나요?
A1) 손녀의 친족인 김시모씨는 가정법원에게 손녀에 대한 며느리의 친권상실이나 일시정지, 친권의 일부 제한, 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의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924조, 제924조의2, 제925조).
그러나 우리 가정법원이 부모의 친권 및 양육권 박탈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법원은 ‘친권의 목적이 자녀의 복리 보호에 있다는 점이 판단의 기초가 되어야 하므로, 설사 친권자에게 어떠한 비행이 있어 그것이 자녀들의 정서나 교육 등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친권의 대상인 자녀의 나이나 건강상태를 비롯하여 관계인들이 처해 있는 여러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섣불리 친권상실을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3. 3. 4. 선고 93스3 판결). 우리 민법 역시 ① 친권상실의 경우, 친권의 일시정지・일부제한・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의 상실에 의해서는 미성년자의 복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② 친권의 일시정지・일부제한・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의 상실의 경우는 친권자의 동의를 갈음하는 재판에 의해서는 미성년자의 복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925조의2).
따라서 며느리의 친권 등이 완전히 박탈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며느리가 알코올 중독과 불륜으로 인해 가정생활에 무관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손녀까지도 방임한 점, 이로 인해 아들과의 갈등이 심화되어 이혼소송을 진행하다가 최근 아들이 사망한 점 등을 잘 정리하여 친권의 일부제한이나 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의 상실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Q2) 며느리의 친권, 양육권이 박탈되거나 제한된다면, 손녀의 법적 보호자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A2) 만약 며느리의 친권 등이 박탈되거나 제한된다면, 가정법원은 손녀의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여야 합니다(민법 제928조, 민법 제932조). 손녀의 친족인 김시모씨가 친권 관련 청구와 동시에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성년후견인과 달리 미성년후견인은 단 한 명만 선임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930조 제1항).
가정법원은 특히,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가장 적합한 사람’을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판단할 때, 주로 자녀의 의사・자녀의 성별과 연령・부모의 양육 적합성・자녀와의 유대관계・부모의 경제상황・그동안의 양육과정 및 현재의 양육상태 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므4719 판결 등)
본 사건의 경우, 김시모씨가 아직 50대 초반이어서 신체적으로 건강한 점, 실제 딸을 낳아 성년에 이를 때까지 키운 경험이 있는 점, 손녀의 실질적인 양육자는 오랫동안 김시모씨였고 이로 인해 손녀와의 유대관계가 매우 깊은 점 등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김시모씨가 손녀의 복리를 위하여 가장 적합한 사람임을 주장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