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친족법 상담일지 #11
최가경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소송을 시작했는데 수집해 둔 증거가 없어서 난감합니다. 이제라도 유리한 증거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A씨의 삶은 결혼과 시작과 함께 지옥 같았습니다. 아내 B씨는 신혼 첫날부터 욕설과 폭언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충격과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던 A씨는 점차 상황이 심각해짐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남편 B씨의 욕설과 폭행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습니다.
어느 날, B씨의 폭력으로 골절상을 입은 A씨는 결국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이혼 소송을 준비하면서 A씨는 자신이 증거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위해 참고 견뎠기 때문에, 이혼도 참아왔기 때문입니다.
A씨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A씨는 B와의 대화, 아이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습니다. 이 녹음에서 아이는 아빠의 편을 들었습니다. “아빠가 나를 항상 돌봐. 엄마는 너무 자주 화를 내고 아빠와 나를 때려!” 아이의 목소리가 녹음기에 담겼습니다.
그러나 이 증거가 법정에 제출되자, 판사는 A씨의 행동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증거 제출은 아이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이혼 소송은 어른들의 문제입니다.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판사의 말은 A씨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후, A씨는 로펌을 찾아갔고, 그곳에서는 소송의 방향을 재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A씨의 상황을 십분 이해합니다만, 아이를 이혼소송으로부터 보호했어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소송을 진행합시다.” 변호사는 이혼 소송으로부터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지키는 방향을 강조하며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수집한 증거가 전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제라도 만들어야 하나요?
아이와의 대화 녹음은 왜 제출하면 안 되나요?
Q1) 소송을 시작했는데 수집해 둔 증거가 전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제라도 만들어야 하나요?
A1) “소송 이전에 상대방과 했던 대화를 모두 재검토한 뒤 재판에 도움 된다고 볼 만한 대화를 추가 증거로 제출해야 합니다. 소송을 시작했더라도 증거를 만들어 제출할 수는 있으나, 상대방은 녹음 등 증거수집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증거 수집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수집된 증거가 없더라도, 소송을 시작했으므로 이제라도 최선을 다해 진행해야 합니다. 소송 중 제출된 우리와 상대방의 각 서면을 철저히 분석하고 양측의 서면에서 가장 중요한 주장을 추려내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서면을 철저히 분석하고, 우리 측의 강점이자 상대방의 약점을 명확히 파악한 후 서면을 제출해야 합니다. 소송 이전에 대화들을 모두 재검토한 뒤 증거로 유력한 대화를 추가로 제출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찾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A씨는 증거를 따로 만들어 두지 않았지만, 다행히 과거에 상대방이 욕설을 먼저 하였다는 대화 카카오톡이 있었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마지막 폭행 다음날 A씨가 상대방의 심각한 폭행에 대해 항의하는 대화 카카오톡이 있었습니다. 이 대화들을 증거로 제시하여 양측 주장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Q2) 아이와의 대화 녹음은 왜 제출하면 안 되나요?
A2) “법원은 아이가 이혼 소송에 노출되지 않게끔 하여 이혼소송 진행 과정에서의 정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데, 아이와의 대화 녹음을 한다는 행동 그 자체가 아이에게 정서적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입장은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을 기준으로 재판을 진행하며, 이는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를 지정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와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 녹음을 시작한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이혼 재판상 유불리에 대한 고려를 할 것이고, 아이에게 유도 질문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한 녹음 중 아이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을 재판부는 크게 우려합니다. 나아가 유도 질문을 의심받으므로 증거로서도 신빙성을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따라서 어떠한 경우든 아이와의 녹음을 제출하는 것은 좋은 결정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재판부의 입장을 알게 된 A씨는, 변호사와 상의하여 아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반성의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하였습니다. 아이와의 대화 녹음을 제출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포함되도록 작성하였습니다. 당연히 아이와 관련된 모든 증거를 재판 과정에서 배제했으며, 소송 이전에 대화하였던 내용을 모두 검토하고 유력한 증거를 수집하여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였습니다. 다행히 소송은 A씨가 흡족할 만한 결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자칫 잘못 진행될 뻔한 소송을 바로잡았다고 여긴 A씨는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