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친족법 상담일지 #13
홍예지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치매증세가 있던 아버지의 건물 증여,
아버지와 그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업주부인 박장녀씨는 공무원인 남편과 함께 15년간 늘그막의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한평생 삼 남매를 위하여 헌신해 오신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되갚을 수 있어 감사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여름, 어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이별로 인한 슬픔과 충격으로 무척 힘들어하셨고, 텅 빈 방에 홀로 앉아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신 채 끼니까지도 거르시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배우자를 잃은 상실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시는 아버지가 걱정되었던 박장녀씨는 동생들과 함께 아버지가 바깥 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설득하였습니다. 거듭되는 자녀들의 권유에 따라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일궈 온 120억 가량의 상가 건물'의 임대 관리 활동을 시작하셨고, 다행히도 아버지의 상태는 점차 나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박장녀씨는 '아버지가 2019년 늦가을 경부터 상가 건물의 임차인 중 나양녀라는 50대의 중년 여성과 가깝게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간 걱정이 되었지만, 아버지가 활기를 되찾고 계셨고, 자신이 아버지를 계속하여 모시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큰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지난 후, 박장녀씨는 상가 건물의 또 다른 임차인을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2020년 11월경 나양녀를 입양했다는 것입니다. 박장녀씨는 동사무소에 찾아가 아버지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해 보았고, 정말 아버지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나양녀가 자녀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박장녀씨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동생들과 함께 아버지에게 사실을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아버지는 불같이 화만 내실뿐이었습니다.
차분하고 이성적이며 냉철했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벌컥 화를 내시는 일이 잦아지고, 불과 며칠 전에 있던 일도 기억하지 못하거나 시간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박장녀씨는 무척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박장녀씨도 모르는 사이, 2021년 12월경 아버지의 상가가 갑작스레 나양녀에게 증여되었고, 나양녀는 상가 임차인들과 새로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자 임차인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박장녀씨는 더 이상 가만히 손 놓고 바라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동생들과 논의한 끝에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아버지가 공식적으로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상태임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버지와 그 재산을 보호하며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법률사무소를 향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아버지의 상가 건물이 이미 나양녀에게 증여된 상황에서, 아버지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의학적으로 치매를 진단받은 적이 없는데, 법원으로부터 아버지의 정신 이상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저도 아버지의 후견인이 될 수 있나요?
Q1) 아버지의 상가 건물이 이미 나양녀에게 증여된 상황에서, 아버지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A1) 아버지의 정신적 능력의 제약 정도에 따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중 하나의 유형을 선택하여 후견(後見) 개시심판을 청구해야 할 것입니다(민법 제9조, 제12조, 제14조의2).
가정법원은 반드시 청구받은 유형에 따른 심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견 개시심판을 함에 있어 '후견을 받게 될 사람이나 그 친족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아버지의 정신적 능력에 대해 꼼꼼히 살펴본 후, 처음부터 상황에 알맞은 유형을 선택하여 후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법원의 상황 및 친족 간 갈등의 정도에 따라 후견 개시심판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에 박장녀씨의 사건과 같이 추가적인 재산 유실 방지 등 당사자 보호가 시급한 경우, 사건의 해결을 위해 임시후견인 선임 사전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가사소송법 제62조). 다만, 후견 제도는 기본적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의사결정과 그 실현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실무적으로, 후견 사건에서 특히 재산 문제와 관련된 주장을 할 때에는, 오해가 없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에 더하여, 박장녀씨가 나양녀에게 증여된 상가 건물의 소유권까지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임시후견 결정이나 후견 심판이 확정되고 난 후, 선임된 후견인의 도움을 받거나 직접 후견인의 지위에서 아버지를 위해 증여무효 등 관련 소송을 진행해 볼 수도 있습니다.
Q2) 아버지가 의학적으로 치매를 진단받은 적이 없는데, 법원으로부터 아버지의 정신 이상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A2) 네,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정신 이상 증세를 확인할 수 있는 녹취록이나 동영상, 의무기록 사본 등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면서 정신감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법원이 판단하기에 위와 같이 제출한 증거가 적절하며 그 양도 충분하다면, 의사의 감정이 없이도 후견 개시심판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0스596 판결).
Q3) 저도 아버지의 후견인이 될 수 있나요?
A3) 네, 될 수 있습니다.
친족, 전문가(변호사 등), 법인이 후견인으로 선임될 수 있고, 성년후견인의 경우에는 여러 명이 선임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930조 3항, 제936조). 가정법원은 이 중 '후견을 받게 될 사람의 의사에 가장 부합하는 자'를 후견인으로 결정하는데, 기본적으로 민법에 규정된 9가지의 결격사유가 없는 자이어야 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후견을 받게 될 사람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으므로, 가정법원은 위 사람이 과거 작성해 둔 문서나 영상, 친족의 진술, 재산상황이나 경제형편, 유대관계, 후견인후보자의 직접과 경험 등 관련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후견인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의 경우, 15년 동안 공무원인 배우자와 함께 아버지를 모신 전업주부 박장녀씨가 후견인후보자가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해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 법원에 '(1) 박장녀씨가 장기간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기에 아버지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가장 깊으며, (2) 전업주부이기에 긴급한 상황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고, (3) 그 배우자의 직업 특성상 가정형편도 안정되어 있다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