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z, 이메일 주소에 담아본 작은 서사

면에서 공간으로, 활자에서 생활로

by 소고

경제학 공부가 좋았던 이유는 온전히 그래프 때문이었다. X축과 Y축으로 한 챕터 혹은 하나의 이론 자체가 모두 설명되는 명료하면서도 확장성 있는 공부가 좋았다. 변수를 바꾸면 그래프의 모양이 바뀌고 거기에 현상을 녹여 설명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물론 그래프 속에만 존재하는, 현실에 닿지 못하는 한계를 만나고 ‘학문’이라는 것에 대한 꿈은 빠르게 접었다.


무얼 할까 고민이 길지는 않았다. 사람들에게 이야기와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라는 안일한 생각만 있을 뿐. 그 방법 중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는 숙제. 이것저것 뚝딱뚝딱하다 보니, 무언가 만드는 사람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텍스트 편집자를 시작했다.


첫 회사에서부터 내 이메일 주소는 xyz였다. 종이의 페이지 한 면은 X축과 Y축의 조합. 글자는 좌표에 맞추어 흐른다. 그 물결을 따라 읽는 이의 생각은 춤춘다. 상상하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도전한다. 그리고 그 물결을 타고 Z축,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다. 그래서 XYZ이다. 면에서 공간으로, 활자에서 생활로.


이니셜을 따 간결하게 이메일 주소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가끔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다. 설명하기에 민망해 나중에 알려드리겠다고 할 때도 있고 썰을 풀 때도 있다. 아마도 내가 어느 회사에 있더라도 혹은 홀로 일을 하는 사람이 되더라도 도메인만 바뀔 뿐, 내 아이디는 xyz일 거다.


2020년 서울국제도서전의 테마는 XYZ라고 한다. entanglement. 내 삶은, 그리고 모두의 인생은 얽히고 엮이여 각자의 서사가 된다. 작년에 건너뛴 도서전을 올해는 꼭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