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우리에게 세균을 옮긴다고?
자신의 반려견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반려견은 귀엽고 사랑스럽고 복실복실하고 장난스럽고 활발한 동물이다. 그런데 과연 반려견이 당신과 침대를 공유하고 당신의 얼굴을 핥도록 둬도 괜찮은 걸까?
대부분의 질병은 종에 따라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개들은 개 인플루엔자와 파보 장염에 걸리며 다른 개들에게 이 병을 옮긴다.
하지만 고양이나 사람에게는 옮기지 않는다. 이러한 이론대로라면 사람끼리 키스하는 것보다 반려견과 뽀뽀하는 편이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대로라면 말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반려견의 면역력은 생각보다 강하며, 반려견은 자신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지만 인간인 주인에게는 영향을 미치는 세균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인수공통 전염병이라면 개의 질병이 사람에게 옮을 수 있으며, 이러한 질병 중 흔한 것은 라임병, 광견병, 기생충 등이다.
특히 렙토스피라증은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이나 어린이에게 매우 위험하다. 또한 임신부, HIV 감염자 및 화학 요법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조심해야 한다.
다만 정기적으로 반려견에게 예방 접종을 하고 꾸준히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면 반려견이 이러한 질병을 옮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한 수의 미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실험한 개 중 74%가 인체에 치명적인 캡노사이토퍼거 캐니모수스(Capnocytophaga Canimorsus)라는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람에게 감염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어릴 때부터 반려견과 함께 자라면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되면서 자연 면역력이 생성되고 강해진다는 상식은 이미 연구로 검증됐다. 한 연구에서는 반려견을 키우는 집이 그렇지 않은 집보다 56%나 많은 유익한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동물 질병 전문가 제이슨 스털 박사는 “우리의 인체 시스템에 특정 유형의 박테리아를 노출시키거나 투여하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테리아에 대한 노출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바이러스, 모든 박테리아가 사람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테리아에 대한 접근과 노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려해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개를 키우는 사람은 불안과 스트레스가 줄고 혈압이 낮아졌다. 개가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 또한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애리조나 대학 연구진에 의하면 반려견이 가지고 있는 특정 박테리아가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한다. 이는 재채기, 간지럼증,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은 수천년 동안 개와 함께 지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개를 키웠으며, 지금까지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개가 귀엽고 우리가 개를 만지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신체 내부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반려견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인과 많은 박테리아를 공유한다. 또 앞서 말했듯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에는 다양한 박테리아가 존재한다. 즉 더 많은 미생물에 노출되기 때문에 면역력이 강화된다.
반려견이 옮기는 박테리아는 사람의 몸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역할을 한다. 이런 유익한 박테리아 또는 미생물은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더욱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반려견이 우리에게 좋지 않은 박테리아를 옮겨서 감염되는 일을 줄이려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반려견이 당신의 얼굴을 자주 핥도록 두면 안 된다. 또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5세 이하 어린이는 개와 얼굴을 가까이 하거나 뽀뽀를 해서는 안 된다.
개가 옮길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입양하는 시점부터 시작한다. 정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데려가 예방 접종을 하며 개가 사람을 물지 않도록 교육시킨다. 개와 상호 작용하는 올바른 방법을 배우도록 하자.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의 손과 반려견의 몸, 그리고 집 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만약 반려견에게 피가 날 정도로 물렸다면 곧바로 병원에 가서 파상풍 주사를 맞고 광견병 검사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광견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반려견이 세균을 옮기는 가능성에 대해 너무 걱정하거나 집착할 필요는 없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반려견과 함께했을 때 위험하기보다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
면역력이 좋아질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이 개선되고 혈압이 낮아진다. 반려견과 함께할 때 주의해야 하는 사람은 5세 미만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노인,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