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보다 상대적으로 옷이나 다른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 고양이들. 그러나 요즘 일본에서는 고양이 털로 뜬 모자가 인기 급상승이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최근 3마리 반려묘의 털로 직접 모자를 떠 입히는 료 야마자키와 그의 아내 히로미를 소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뜬 모자를 쓴 고양이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화제에 올랐는데, 현재는 팔로워만도 8만여명 이상에 달한다.
료는 지난 2016년 봄 고양이들의 털 뭉치를 보고 재미 삼아 고양이 모자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는 털 뭉치를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머리 스타일과 비슷하게 보이게 만들었는데, 당시 히로미는 고양이들이 모자가 자신들의 털로 만들어져 있어 이를 싫어하지 않은 눈치였다고 회상했다.
모자를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들 부부는 3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털의 색깔도 흰색과 브라운, 그레이 등 다양했다. 먼저 이 털을 다듬어 볼 형태로 만든 후 고양이 머리에 얹을 수 있도록 한 면이 움푹 들어간 그릇 모양으로 형태를 가다듬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모자의 꼭대기를 뾰족하게 접어 각을 잡는 것. 이 모든 과정은 불과 15분이면 된다.
첫 번째 고양이 모자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자, 이들 부부는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들을 더 만들어 100장 이상의 사진들을 포스팅했다. 가령 토끼 귀를 닮았거나 마법사의 모자처럼 생긴 것들이다.
강아지 모자들도 물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 2009년 도쿄와 오사카, 교토 등지에서 열린 고양이 워크샵과 전시회에서 강아지 모자들이 전시되기도 했다.
시가현 오츠시에 거주하는 모자 전문 디자이너 히데코 츠지이는 현재는 고양이 모자 전문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는 5년 전 강아지의 털로 베레모를 만들었는데, 당시 자신이 뜬 모자를 쓴 강아지를 맘에 들어 했던 친구가 새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츠지이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 본격적으로 강아지 모자 주문 제작에 착수했다. 그러나 강아지 모자는 고양이들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고 상당한 양의 털이 필요하다. 바로 강아지들의 털이 고양이보다 일반적으로 더 길고 다양하기 때문인데, 가령 일반 비닐봉지로 45리터의 털 뭉치가 필요하다. 츠지이는 이 털과 양모를 혼합해 모자를 뜬다.
강아지의 진짜 털로 제품을 만드는 특성상 때때로 일반적이지 않은 이유로 츠지이의 고객이 되기도 한다. 오사카에 사는 카오리 미주치가 대표적이다. 미주치는 이미 2010년 자신의 반려견 럭키를 잃었지만 그 이전부터 모아뒀던 털로 츠지이에게 모자를 주문한다. 바로 럭키의 털로 만들어진 모자의 촉감이 마치 럭키를 쓰다듬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상업용으로 제작되는 고양이 모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 현지 소라뉴스는 곧 다가올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키튼 클럽(Kitan Club)에서 제작한 고양이 모자를 소개했다.
큐트(Cute)라는 이름의 4피스 컬렉션으로, 하트 모양의 이 모자들은 핑크와 밀크 초콜릿 브라운 등 여러 버전으로 출시된다.
다만 키튼에서 제작되는 모자는 고양이 털을 쓰지 않는다. 대신 럭셔리하고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고품질의 양털 섬유를 사용한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고양이 모자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 현지매체는 텍사스에 사는, 그러나 조금 독특한 취미를 가진 랜도 알드리지를 소개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랜도는 양털 고양이 모자를 뜨는 것이 취미다.
그러나 현재는 취미가 아닌 프로젝트로 확장해 알라바스터에 위치한 동물구조센터와 알링턴의 고양이 구조센터를 위한 기금 모금을 돕고 있다. 모금을 위해 랜도는 고양이 모자뿐 아니라 성인이나 아이들을 위한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모자도 각 12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고양이 역사박물관에서 패셔너블한 의상을 입고 모델을 선 3마리의 고양이들이 화제다. 이들 고양이는 모두 코니시 렉스 종으로, 아이보리 웨딩 가운을 비로해 빈티지 레이스의 핑크 드레스 등 다양한 종류의 의상을 착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