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이 사는 고담시의 악당 중 한 명인 투페이스는 전직 변호사였다. 그는 얼굴에 산성 액체로 인한 화상을 입어 얼굴 한 쪽이 일그러진 상태였다.
악당 투페이스처럼 현실 생활에서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양면성 때문에 정직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의료 분야에서 보면 말 그대로 얼굴이 두 개인 사람이나 동물이 있다. 이것은 안면중복기형이라는 극히 드문 선천적 장애다.
동물 중에서는 고양이 중 안면중복기형이 기록된 비율이 다른 동물에 비해 높았다.
안면중복기형은 얼굴 또는 두개골이 중복된 형태의 기형이다.
간단히 말해 신체는 하나지만 얼굴이 두 개인 상태다.
미국 국립 중앙 도서관에 따르면 음파고슴도치상동단백질(Sonic Hedgehog Homolog, SHH)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이런 기형이 생긴다고 한다. 참고로 음파고슴도치상동단백질은 게임 회사 세가(Sega)의 유명 게임 소닉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SHH는 세포 분화 또는 세포 전문화(각 세포에 특별한 기능이 할당되는 과정), 세포 성장 및 신체 패터닝(올바른 세포 유형 및 신체 부위의 개발)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눈, 관절, 척수, 기타 신체 부위가 제대로 발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SHH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SHH가 지나치게 많다면 눈이 3개 이상이거나 하나인 선천적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얼굴이 두 개인 고양이를 야누스 고양이라고 불렀다. 야누스는 문을 담당하는 고대 로마의 신이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문에 앞뒤가 없다고 믿었고, 야누스는 문으로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야누스 고양이, 즉 얼굴이 두 개인 채로 태어난 고양이 중 가장 오래 산 고양이는 프랭크와 루이로, 기록은 15년이다.
프랭크와 루이는 프랑켄슈타인을 본딴 '프랭켄루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 기네스북에 처음 소개됐다. 그리고 6년 후 2012년판 기네스북에도 등장했다.
이 고양이는 두 개의 얼굴과 3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죄우에 있는 눈은 시력이 있었지만 가운데 눈은 보이지 않았다. 입과 코는 2개, 뇌는 1개, 식도 또한 1개였다.
'프랭켄루이'의 주인은 마티 스티븐스라는 수의간호사였다. 그는 고양이가 태어난 후 3개월이 될 때까지 매일 고양이를 신발 상자에 담아 함께 출퇴근했다.
프랭켄루이는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과도 사이가 좋았다. 스티븐스는 프랭켄루이에게 고양이용 리드줄을 묶어 산책을 하기도 했다.
이 고양이는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았고, 스티븐스는 2014년 12월에 안락사를 결정했다.
2017년 12월에는 남아프리카의 평범한 가정에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고양이가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이 고양이는 태어난 지 16일 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2017년 9월에는 중국 충칭에서 두 얼굴의 고양이가 태어났는데, 이 고양이는 이틀 후 사망했다.
2018년이 된 후 아직까지는 두 얼굴의 고양이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없지만, 아마도 알려지지 않은 어딘가에서 한두 마리의 안면중복기형 고양이가 탄생했을 것이다.
키메라 고양이는 머리와 얼굴이 하나지만, 유전자에 의해 얼굴의 색이 두 가지로 나뉜 고양이를 말한다.
원래 키메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 용의 꼬리, 불을 내뿜는 입을 가지고 있는 생물이었다.
키메라 고양이는 얼굴의 절반은 검은색이고 얼굴의 절반은 다른 색이다. 이런 색은 고양이의 염색체에 의해 결정되며, 고양이가 단순한 삼색 고양이 혹은 얼룩 고양이가 아닌 키메라 고양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어떤 키메라 고양이는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에서 독특한 외모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한 키메라 고양이는 얼굴의 반쪽이 검은색, 다른 반쪽은 회색이었다.
키메라 고양이는 모색이 독특할 뿐, 일반적인 고양이지만 안면중복기형인 야누스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 입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튜브로 음식을 먹여야 하며 정기적으로 수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얼굴이 두 개인만큼 다른 고양이에 비해 두 배로 노력해서 돌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