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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ST Apr 04. 2016

월요일 출근 단상

1주마다 찾아오는 월요일이란 병

주말은 의미없이 지나갔다.


금요일 퇴근하고는 저저번주에 샀던 PS4로 게임을 하고,

토요일 낮에는 봄을 맞이한 기념으로 경리단길에서 남산 하얏트호텔, 남산을 위로 거슬러 후암동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산책을 했다.

저녁에는 본가인 수원으로 내려가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병원에 입원하신 할아버님을 문병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합정에서 친구들과 안주 맛있는것 시켜놓고 술을 안주처럼 한잔 했다.

일요일은?


일요일은 알차게 보내기가 너무 어렵다.

점심 친구와 먹고, 방안으로 들어와 잤다.

아직 오지않은 미래를 괜히 더 두려워하고 증폭시킬 필요는 없지만,

뭔가 어느순간부터는 타성에 젖어서

일요일은 손을 놓아버리게 된다. 될대로 되라.



그렇다고 해서 주말을 생으로 날려버린것은 아니다.

름 전체로 보면 금요일 퇴근후~ 월요일 출근전까지 약 2.5일 정도의 시간을

나름대로 이것저것 하면서 보냈는데,

휴식은 아직도 모자란것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3주정도 푹 쉴수 있는 날이 올까?

가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잉여스럽게 여백인 채로 1달을 허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여름에 연차 5일을 내서 휴가를 보내게 되면 여행 생각부터 나게 된다.

사실 기간으로만 치면 1주일간의 휴가는 주말을 3개정도 이어붙인 것밖에 없는데..

주말마다 돌아오는 휴식은 허비하지만 1주일정도의 휴식은 귀중하게 느껴지는 인간의 단순함. 조삼모사.

주말이 끝나갈때는 늘 같은 후회를 하게된다. 뭐라도 더 할걸 하고.

하지만 또 생각을 해보자면.. 모든것은 열려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월요일 아침 통근버스를 타고 회사 앞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쭉 강남까지 가버린다던가.

정말로 무대책이더라도 원한다면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

사실 누구도 내가 지금 사는 인생을 강제한 적은 없었지.

안타깝지만 결국 나를 바꿀수 있는것은 나뿐이며, 나는 자신을 의지해서 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나는 회사 책상에 앉아, 이런 글이나 끄적대며 주말에서 벗어나 다시 일터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쌓인 메일은 조금 있다가 봐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짧은 주말이 아닌 1주정도의 휴가가 머지않은 여름에 있을거라는 기대로.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몹쓸 위안으로.

한주 더 버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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