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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댁 Jun 24. 2022

코로나, 여행의 지평을 넓혀주다.

익숙한 000을 낯설게 여행하다.

6  윗집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됐다. 이사를 나가는가 보다 했다. 인테리어를 위해   집을 비웠단 이야기나중에 려왔. 30 남짓한 작은 아파트. 공사할게 무어가 있다고  달이나 진행할까 싶었다. ‘와지끈 와지끈’ 떨어져 나가며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일주일, 집 전체를 구명 내고 있는가 싶도록 윙윙 드릴소리가 또 일주일, 구석구석 모조리 박살내려는지 깨고 부수고 뚫고 쓸어내기를 반복했다. 천장 무너지는 소리에 매일같이 카페로 도망갔다.


  동안 카페 투어를 했다면  좋았겠냐마는, 그나마도 실패했다. 남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안방 격리된 남편에게 하루 세끼 밥을 챙겼다. 공사 소음으로 머리가 딩딩 아팠지만, 남편 식단 챙기랴 아들 위생 챙기랴 분주하게 움직였.


무장아찌를 얇은 단무지처럼 썰고 다시 손톱만 하게 잘라 찬물에 담근다. 10 정도 지나 물기를 꼬옥 짜고 먹어본다. ‘읏짜~’여전히 짜다. 혼자 슬며시 웃으며 다진 마늘, , 통깨, 참기름을 버무려 반찬통에 꼭꼭 눌러 담는다. 짭조름한  입맛 살리는 데는 딱이겠다. 여기에 청국장, 열무김치, 오이  조각에 쌈장 조금, ABC 주스까지 담아 방에 들여보낸다. 쌀 한톨 남김없이 싹싹 비워  밖으로 그릇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밥을 이리 맛있게 먹어주다니!’ 콧노래 부르며 설거지 한다. 다음 식단메뉴에 맞춰 식재료를 점검한다. 두통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트를 향한 발걸음은 사뿐하다.

 식재료를 정리하며 주방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발바닥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버석버석하다 못해 끈적끈적했다. ‘내가 그동안 청소를 너무  했나?’ 물걸레 청소기를 돌려도 잠시 후면 상황이 비슷했다. 가만히 지켜보니, 하루 종일 창문이 열려 있다. 공사 진동으로 집안에 잠자던 먼지도 벌떡 일어서는데,  바깥쪽으로 뿜어졌던 위층 먼지가 다시 우리 집으로 신나게 들어온거다. ‘코로나 환자가 있는데, 환기를 어쩐다?’ 잠시 고민하다 결심. 매끄러운 바닥과 위생을 위해 수시로 걸레를 들기로!


며칠 , 나와 아들도 확진. 우리 가족은 다시 거실에서 합체! 같이  먹고 약도 . 영화를 보다 낮잠을 자기도 하고, 입맛 없고 지칠 때면 ‘요기0’ 족발을 주문하기도 한. 나는쌩쌩한데 남편이 힘들어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나와 아들이 지쳐 쓰러졌다. 같은 병인데 컨디션은 그때그때 들쭉날쭉하다. 까칠한  덩치가 작은 집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 보니 일주일이 지나간다.


산책을 즐기던 내게 격리 생활은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못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신기. 발바닥이 끈적이면 청소기를 돌린다. 가벼운 실내운동을 챙겨하고 피곤하면 잔다. 식재료가 떨어지지 않게 전화주문을 하고 반찬을 만든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입맛 없으면 미숫가루를 먹기도 했다.  가족이 병자라 약도 챙긴  다시 방을 닦는다.


마루 위에 앉아 계신 아침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바닥이 이리 반짝였던 적이 있던가? 발바닥을 느끼고 시선이 닿는 곳을 정리한다. 비실비실 하면서도 피식피식 웃는다. 나는 지금 익숙한 우리 집을 낯설게 여행하고 있다.


* 나희덕 님의 ‘방을 얻다’ 중 한 구절을 가져와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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