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우울감

끝맺음이 안돼_

by StarrY

그 얄팍한 우울감은 고작 삼천 원짜리 모카커피에 녹았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그 여름밤은 여전히 심장을 아릿하게 조여 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오늘에 책임을 져야만 하고 늘 그날과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의식의 흐름은 우울감, 뿌듯함, 알 수 없는 답답함 그리고 나의 무기력함에 고개를 숙이게 했으나 그래도 너의 목소리는 나의 구원이었다.


나는 네게 고맙다고 했고, 너는 내게 미안하다고 했던 날 밤. 너는 내게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그냥 숨만 쉬는 것만으로 상처받는 그러니까 그냥 존재함으로 내가 입는 상처들의 구원이었고 치료였다. 너는 그날 나의 고맙다는 말을 이해했을까?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지만 말이다.

어떤 핑계도 없이 그저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구원이었던 그 수많은 날 들과 그저 머뭇거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내게 너는 늘 응원이었고, 나는 변했다고 고마웠었음을 전하지 못했다.


이 글을 읽지 못하게 한때부터 모르는 타인에게 위로가 되길 바랬던 수많은 글들이 이상하게 네 앞에서는 나의 맨 얼굴이라 쑥스러웠던 그날부터 그리고 나의 많은 글들이 어쩌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너에게도 위로이길 바랬던 그 어느 날 밤까지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방금 장난스럽게 전화를 끊었던 그 순간도 늘 나에게 사랑이라는 무형의 어떠한 조각도 보여주지 않는 그 감정이 우리에게 머물러 있음에 감사하며 가끔은 내게 그 모습이 무엇일지 어렴풋이 알려주는 너를, 그래서 나를, 무수한 우리를 사랑한다.




그러니까 이 긴 주절거림은 결국 생크림이 올려진 모카커피 한잔이었고, 그 여름밤은 기억도 안나는 잠깐의 밤 산책이었 던 것을 고백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궤도 spring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