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숲에 갇히는 일_
이번 여행의 목표는 무엇보다 힐링이었다.
우리가 잡은 여행 스케줄에는 단 한 곳도 랜드마크나 관광지가 없었고,
애초에 일찍 일어날 계획 따위는 잡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듯 여행이 어디 마음대로 계획대로 된 적이 있던가.
생각보다 일이 술술 풀릴 때도 있다면 이게 이럴 일인가? 스럽게 당황스러울 때도 있는 게 여행 아닌가?
그 날도 그랬다.
물론 제주도 여행에서 날씨가 좋았던 날을 꼽으라면 여행 중 얻어걸린 마지막 날을 빼곤 고작 몇 시간 정도 밖에 맑은 날이 없었다. 그건 괜찮았다. 그럴 수도 있지 했다.
하지만 그 날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날이었다. 누군가 연막탄을 뿌려 놓은 듯 한치 앞이 보이지 않었다. 우리가 탄 택시 기사 아저씨도 바로 옆 건물이 보이지 않아 지나칠 정도였다.
이렇게 좋지 않은 날이라 갈 곳은 제한적이었고, 그나마 우리는 제주도 본태박물관이라는 실내를 스케줄로 잡아 한결 마음을 놓았다. (물론 우리가 그 전에 잡은 그러니까 여행 오기 전에 잡은 스케줄은 정말 거의 무의미했다. 숙소로 향하는 동선 정도를 빼자면..)
그렇게 날씨가 좋지 않아 어쩌다 가게 된 본테 박물관은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너무 번쩍번쩍하여서 주눅이 들 정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너무 고루하고 지루하지 않아 친구와 함께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물론 다리는 꽤 아팠으나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전시관 중에 쿠사마 야요이라는 작가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광채]라는 전시관이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신나게 선 사진을 찍고 후 관람을 했는데, 그곳에 벽면과 천장은 유리로 되어있고, 하단에는 물로 되어있어, 수 없이 많은 불빛이 반딫불이 처럼 보일 수 있게 꾸며 놓은 곳이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규칙적으로 불빛들이 다른 색으로 바뀌었는데 정말 영혼의 광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실 얼마 전에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간 덕인지 그런지 그곳에 사용된 초록, 빨강, 노랑, 파랑 (딱 이 색들이 사용되었다.)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들을 상상하게 해 뭔가 우리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들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관이 4관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조선 후기의 물건들, 박물관을 만든 건축가의 작품들 등이 전시되어있었다. 날씨 덕에 급하게 카페에서 짠 계획 치고 아주 완벽하다고 느꼈다. 친구와 나의 마음에 쏙 들었고, 날씨에 영향을 받지도 않았으니까!! 역시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할 뻔한 타이밍이었다. 물론 우리에게 닥칠 고난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문제는 바로 다시 숙소를 향해 가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안개는 자욱하고, 당연히 지나가는 택시는 없고, 버스는 거의 몇 시간에 한대 지나갈까 말까 한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 짐으로 다음 편에서 만나요오오 (아이폰 이모티콘도 써지면 좋을 텐데, 요오오 뒤에 아이폰 손바닥 흔드는 이모티콘을 넣고 싶네요 ㅋㅋㅋ)

<본태 박물관 짧은 설명>
본태 박물관- 근본 본 자에, 형태 할 때의 태를 써 '본래의 형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 제 1관은 한국 전통공예품을 전리하였고 2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 제 2관은 백남준 작가를 비롯 세계적인 작가들과 안도 타다오의 명상실 등을 볼 수 있습니다.
3. 제 3관은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이 영구 설치되어있습니다.
4. 제 4관은 우리 나라 전통 상례를 접할 수 있습니다.
본태 박물관 홍보대사 아니에여 ㅋㅋㅋ 그냥 전 좋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