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안개인데 머리에 이슬이 맺히는 경험_
자욱한 안개 속 우리는 애타게 택시회사로 연락을 했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추천한 카카오 택시로도 해보고, 콜택시에 걸어보기도 하고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묵묵부답.
산 중턱 즘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카밀리아 힐까지는 걸어가 보기로 했다. 그 쪽은 사람이 많으니 택시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걸어가 봐야 20-30분 정도 밖에 안될 거라고 생각했고 버스 정류장도 그쯤과는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개로 뿌였게 앞을 흐려서 인지 걸어가도 풍경은 변하지 않고, 사람도 없었다. 안개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우리가 어디라고 택시기사 아저씨를 부르지도 못했다. 마땅히 말할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일단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그렇게 무작정 걷다 보니 꽤 유명한 교회가 나왔다. 아마 노아의 방주 모양을 한 교회 였던거 같다. 그곳에서 여행 중이던 두 여행자를 만났는데 그분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고, 우리에게 혹시 어떻게 내려갈 예정인지 물었지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우리도 다를바 없는 사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길 잃은 어린 양 (어리지는 않나?) 들은 걸어서 최대한 내려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내려가는데 안개가 얼마나 자욱한지 머리에 물방울이 매칠 정도였는데 친구와 나의 머리는 젖었고, 이건 거의 비를 맞은 수준이라며 낄낄 되었다. 그래도 꽤 긍정적인 우리는 괜찮을 꺼라며 계속 길을 향했다.
사실 한 20여분 쯤 내려 갔을 때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100미터 앞이 보이지 않고, 내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은 꽤 불안했고, 저녁이 다가 올 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더 부추겼다.
그렇게 계속 길을 내려가며 괜히 더 씩씩한척했던 거 같다. '아 이게 무슨 고생이냐'며 괜히 상황을 웃기게 꾸며 보기도 하고, 한번 더 웃어 보기도 했다. 그래도 불안한 건 불안한 거였다. 그렇게 길을 가다 목장이 나왔고, 콜택시에 다시 전화해 우리의 장소를 알렸다. 다행히도 그제야 보내주겠다는 택시가 생겼다. 한 시름 놓았다. 그렇게 또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사실 여행을 갔을 때 아이폰 충전기가 시원치 않아 충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별일 없겠지 하며, 급한 데로 비행기 모드를 자주해 놓았는데 비행기 모드를 갑자기 풀 때 그렇게 배터리가 많이 든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기사 아저씨께 다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다 실수로 비행기 모드를 눌렀다 풀기를 했는데, 때마침 배터리가 나간 것이다. 길 잃은 4마리의 양은 모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연락이 올 텐데...'하며 말이다. 다행히 그중 한 양이 보조 배터리가 있어 충전 중이었지만 한번 꺼진 아이폰은 싶게 켜지지 않았다.
그렇게 불안에 떨길 몇 분 드디어! 택시 아저씨가 오셨다.
그렇게 택시를 타며 들은 이야기로, 아저씨가 갑자기 연락이 안돼 그냥 돌아 갈려다, 거짓말을 하는 목소리는 아니니 한번 속는 셈 치고 우리가 있는 곳 까지 올라 왔더란다. 사실 우리가 서 있던 목장의 이름은 검색해도 뜨지도 않고, 카밀리아 힐은 걸어서 또 한참을 더 내려가야 있었다.
만약아저씨가 나의 목소리를 조금 이라도 덜 불쌍하게 들었더라면, 진짜 산에서 '조난'이라는 것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택시를 타며 내려 오며 우리는 아저씨에게 감사하다며 몇 번이고 인사를 했고, 택시기사 아저씨는 그런 상황에 폰이 꺼지게 둔 우리에게 간이 크다고 말씀하셨다. (간이 커서 그런 건 아닌데.. 꺼진 건데)

<외진 곳 여행 tip>
1. 버스시간을 정확히 체크해 둔다.
2. 가능하다면 콜택시 번호를 외우거나 저장해 둔다.
3. 갈 때 타고 온 택시 아저씨와 돌아올 때도 택시를 타고 올 수 있게 번호를 받아 둔다.
4. 이것도 저것도 안 했다면, 그냥 있던 곳에 머무르는 게 낫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오히려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몰라 설명만 난처할 뿐이다.
5. 정말 이도 저도 안된다면 그냥 119나 112에 전화하자. 괜한 고집으로 이 나이에 미아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ㅜㅜ
여행에서 조난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아니 애초에 박물관 가다가 조난을 상상해 보길 했겠는가?
다행히 우리는 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지만, 정말 택시기사 아저씨가 폰이 꺼진 우리를 두고 그냥 '재수없었다.' 생각하고 그냥 갔다면 정말... 텔레비전에 나올 뻔했다.
길 잃은 어린 양 조난당하다.. 으.. 운이 좋았다 싶다...
그리고 난 그날 진정한 미스트를 맛보았다.
그래 미스트라면 이 정도 촉촉은 해야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