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기억하고, 위로해라_
'여행은 먹는 것과 찍는 것이 거의 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각하는 것과 잔잔해지는 것, 경험하는 것 등이 있지만
먹는 것과 찍는 것은 내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렇게 내 여행의 기록을 위해 보이는 거의 모든 것을 찍었다.
버스를 타고 버스 밖 풍경을 찍고, 그냥 아무것도 없는 밭을 찍기도 하고, 괜히 날씨가 맑은 날은 혹시 맑음이 짧을까 이것저것 더더 찍어 됐다.
똑같은 장소에서 비슷 비슷한 사진을 몇 개씩이나 찍기도 하고, 내가 아니면 두장의 차이를 알 수 없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친구는 왜 이 사진이 두장이나 필요하냐며 틀린 그림 찾기 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아니 왜 이차이를 못 봐?), 나중에 사진을 정리하면서도 나는 똑같아 보이는 그 사진 중 한 장도 지우지 못했다.
첫 날은 아무 생각 없이 모든 걸 찍느라 배터리가 눈 깜짝하는 사이에 떨어져 정작 중요한 것은 찍지 못하기도 하고, 너무 들떠서 찍어 놓은 사진들은 내가 보아도 이게 뭘 찍은 걸까 하기도 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은 분명 수 십장 중에 한 장을 건질까 말까 했지만 굴하지 않고 왕창 찍어 두기도 했다. 나는 사진한 장을 건지기 위해 수 십장을 찍었다.
그렇게 나는 여행객의 신분에 충실하여 보이는 데로 찍어 되었다.
역시나 돌아와서 남는 것은 사진과, 맛집의 추억, 그리고 기록해 둔 글들이 다였다.
제주도에서 내 즐거운 모습은 아마 계속 사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물론 사진을 찍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전에 그랬으니까.
하지만 사진이라 던가 글이라 던가 기분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 생각보다 금방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기록은 중요하다. 나의 즐거운 한때를 담아 놓은 기록을 보면 그 기억으로 나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게 되고, 때로는 나를 이해해 주기 바라는 타인에게 나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한다.
나는 오늘도 기록을 남긴다. 그대들도 나름의 기억을 남기길, 그대의 기억이 그대 스스로를 그리고 이해받고 싶은 타인에게 힌트가 되기를. 혹은 위로받고 싶은 타인에게 위로가 되기를.
우리의 길디 긴 나날들 중에 꽤 특별한 기억의 기록으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