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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안후라이안 Mar 30. 2020

책으로 괴롭하기

왜 가끔은 스스로를 괴롭히고 싶어질까요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 교수님이 교양수업 때 이런 얘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어요. 우리는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를 불안해한다고요. 최근에 친구랑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사람으로 고생하고, 회사를 안 다니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직접 만들어 내서는 그걸로 고생한다는 거였죠.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을 지탱해주기도 하는 힘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이 존재하는 사물들로써 그다지 잘 이해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사건들 사이의 관계로 훨씬 더 잘 이해된 듯하다.

스트레스를 감지할 때, 저는 주로 책을 꺼냅니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작은 틈바구니도 없을 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걸로요. 읽기 괴롭다면 더 좋아요! 인문학 책도 자주 보지만 요즘은 물리학 책을 더 많이 모으는 듯해요. 바탕에 금박을 입힌 표지가 마음에 들어 집으로 데려왔어요. 엄청 어려울 거란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 술술 읽힙니다. "세상은 사물이 아닌, 사건들 사이의 관계"라는 점까지 그럭저럭 이해하는 중입니다. 물리에 대한 책을 읽는 이유는 명료합니다.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는 거대하면서도 복잡하고, 그러한 우주에서 바라본 한 사람은 아주 미미하다는 것. 그러니 이 모든 감정과 생각은 아주 작은 부스러기에 불과하다는 것! 정말 크고 아름다운 위로가 아닐 수 없어요.



언제나 그랬듯이 그의 목표는 오래된 자가 우리 우주에 의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2006년에 사서 몇 장 읽고 버려두었던(10년도 넘었지만 비싼 용지에 인쇄해 아직도 꽤 볼 만합니다),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2(아니, 맙소사! 첨자 처리가 안 되네요!)>도 함께 읽고 있어요. 상대성 이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취직도 못 하고 있는 철부지 아들놈을 일자리에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는 아인슈타인 아버지의 서신에서 시작합니다(이런 데서 대학자와 공통점을 찾고 있는 제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네요). 책을 쓴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순수수학을 전공한 학자인데, 국문과 졸업생들보다 글을 잘 씁니다. 살짝 과장하자면, 엉성한 소설 책보다 훨씬 술술 읽힙니다. 그 시대의 모든 사람과 사건이 아인슈타인을 부추겨 우주에서 상대성 이론을 끄집어내게 하는 과정을 들추며, 아, 이 모든 것이 맞물리는 '때'가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이것 역시 크고 아름다운 위로가 됩니다.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책의 단 한 줄도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그럴 땐 음악을 들으며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걷거나,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는 편이 낫죠. 몇 년 전까지도 연애가 끝나면 주말 영어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제 영어 실력은 실연이 쌓아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요즘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은 물리에 대한 책을 읽기로 합니다. 종류가 각기 다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아직도 천천히 터득해 나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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