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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안후라이안 Mar 22. 2020

책발(!)로 일하기

공부한 거 어떻게 알았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가장 두려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혹평을 하는 사람이 없단 점이에요.


회사를 다닐 때면 잘해도, 못해도 시도 때도 없이 쪼아주는 상사가 있기 마련인데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자가 검열이 어렵다 보니 일하는 내내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는 인맥을 죄다 끌어다가 구걸하다시피 조언을 구했어요. 마지막에는, 아, 내 사람들이 내 작업 링크를 스팸처럼 여길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뜨악할 만큼 계속 보내주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인복이 많은 저는, 기운을 북돋워주는 칭찬만 받았습니다. 심지어는 제게 너무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도-엄청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좋은 얘기를 더 많이 해주더란 말입니다. 찜찜한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계속 일을 해나갔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것 좀 보세요! 제가 업로드한 온라인 콘텐츠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두 번째 댓글에 빨간 밑줄을 그었어요. 보이시나요? "정말 이 정도는 공부하고 올려야 기자시죠!" 맙소사! 제가 일 시작하기 전에 공부하는 거 어떻게 알았을까요?



아직 프리랜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건 아니어서 돈이 된다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할 생각입니다만, 그래도 주로 하는 과업은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일입니다. 지금은 지역 관광공사와 협업해 온오프라인 콘텐츠 시리즈를 만들고 있어요.


여행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여행에 대해 기록한 책을 많이 사볼 수밖에 없었어요. 애석한 건(혹은 재미있는 건), 여행 콘테츠 만드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단 겁니다.

여행에 대해 적은 책이 분명 이보다 더 많을 텐데도, 못 찾겠어요. 이것이야 말로 책장을 파먹으며 정리해야 하는 참된 이유!

말랑말랑한 책도 있고(<여행과 독서>는 잔홍즈 곁에서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괴팍한 책도 있고(마이클 부스는 처음부터 투덜대더군요! 나중에는 좋다고 하긴 하지만, 아니, 덴마크가 뭐가 어때서?), 지적인 책(알랭 드 보통은 평소 쓰는 소설보다는 훨씬 딱딱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지식을 담은 여행기를 썼더군요)도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행기(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시리즈는 생각보다 발칙하지 않습니다)도 있고, 예술에 퐁당퐁당 빠져드는 감성적인 책(<외로운 도시>의 저자 올리비아 랭과는 아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도 있습니다.


여행에 대해 적은 책을 한참 읽으면서, 저는 생각합니다. 기획물에 반영해보기는 어렵겠구나! 그러면 이제 어쩌냐고요? 일이 아닌, 진짜 여행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봅니다. 그럼 일은 어떻게 하냐고요? 다른 책을 뒤적여보기로 마음을 바꿉니다. 박경리의 <토지> 한 구절을 인용해 섬진강 여행기를 시작하고, <트렌드 코리아>를 매년 사모으며 그 해의 트렌드를 분석해 반영하는 식으로요. 하, 어렵기만 합니다. 아무리 읽고, 또 아무리 써도 늘 부족한 기분이에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배우는 건 끝이 없고, 책만큼 만만한 선배가 없는 걸요.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오늘도 저는 책을 한 권 주문했답니다. 책장을 꾸준히 정리하는 중에도 책이 더 늘어나고 있는 건, 그저 기분 탓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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