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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방장 Nov 16. 2023

살아감

ep10. 추천 도서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도서 <숨결이 바람 될 때>는 혹독한 수련 생활 끝에 원하는 전문의의 삶을 앞두고, 폐암 4기 판정을 받아 죽음을 앞둔 서른여섯 살 저자가 기록한 도서이다. 죽음을 선고하는 의사가 반대로 죽음을 선고받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죽어가는 대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삶의 태도를 담은 실화다. 


희망을 잃으신 분이나 죽음, 삶에 대해 고민하는 분에게 이 도서를 추천한다. 죽음 가까이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나의 첫 사명감이 꺾였을 때 한창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연구실에서 내게 계약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것이 한 주 만에 번복되면서 나는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되었다. 교육에 관심과 열정이 있었던 나는 다문화 센터에서 학부생이 하는 인턴을 하고 연구실 아르바이트 연구원 및 강사로 살던 시기였다. 주요 수입원은 나의 전공과 별개인 중국어 과외였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체 6개월 동안 살아가던 어느 날 갑자기 하혈하기 시작했다. 생리인 줄 알았는데 멈추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검사해도 이상은 없고 오직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만 답변을 받았다. 한 달 정도 하혈하게 될 때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싶었다. 모든 게 무의미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심리학과를 다녔기에 뇌리로는 내가 정말 위험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조건 사람들을 만나도록 나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때 한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이 있는데 아직도 그 울림이 들린다. 


“사람들이 죽는 데는 각자 이런저런 이유가 있는데, 사는 데는 아무 이유가 없어.”

희망이 없고 이유가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때 민준이가 1년 정도 쉬는 겸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출근해 보라고 제안을 했던 것이다. 정말 거짓처럼 출근한 다음 날 하혈이 멈췄다. 삶에서 의미를 찾는 생각을 또한 멈췄다. 


<숨결이 바람 될 때>를 만나 죽어가는 대신 살아가는 것, 삶의 의미가 없다고 해서 죽어가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란 걸 울컥하는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무렵, 얼굴도 한번 못 봤던 어여쁜 18살 사촌 조카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심리학과, 아동학과를 전공한 내게 다시 사명감이란 감정이 스며들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그 죽음이 아픔뿐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죽음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가까이 있는 죽음 속에서 나의 사명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중심으로 주위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은 사명감. 적어도 살아냈으면 좋겠다는 신념이다. 하여 나만의 사명감과 방식으로 어른이의 놀이터를 만들어 가고자 있다. 함께 즐겁게 살아내고 싶어서. 


일단 살자. 살다 보면 삶의 의미가 생기고 더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도 생길 테니. 




끝으로 도서 <숨결이 바람 될 때> 속 인상 깊은 문장을 공유한다. 


딸에게 남기는 마지막 문장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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