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추천 도서 <우리가 몰랐던 까칠한 다문화 이야기> 손소연
내가 갖고 있는 경험으로 이주 배경 가족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 나의 커리어 목표가 되었다. 하여 펼치게 된 <우리가 몰랐던 까칠한 다문화 이야기> 도서, 1장 ‘다문화, 아직 알아가는 중입니다’와 2장 ‘학교 밖 다문화, 미래는 있는 걸까?’로 구성된 도서는 옴니버스로 다문화에 대한 씁쓸한 현장 이야기를 그려주었다. 이야기 하나씩 읽을 때마다 마음에서 쿵! 하고 무언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불법체류 학생, 북한 이탈주민, 이슬람교 아이들, 구소련 국가에서 온 소녀들의 조혼, 원룸에서 부모의 성관계를 본의 아니게 보고 따라 하는 아이들, 일탈로 인해 쉽게 이어지는 범죄들……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들을 만났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분, 함께 살아가는 세상, 다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에게 이 도서를 추천한다. 다양한 문화배경을 가진 아동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에서 소수의 이민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환경에 따라 누구든 소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자신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깊이 반성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중국에서 온 사람들을 공감하고 도와주는 것뿐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면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무 무지했다.
도서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감동으로 마음이 뭉클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포기하려는 시량이라는 친구에게 선생님께서 계속 학교에 다니도록 잡아주고 기회를 만들어 준 이야기다. 한국에 대한 로망을 갖고 중국에서 온 시량의 어눌한 한국어로 인해 중학교 3년 내내 따돌림당하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친구가 없자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다. 선생님이 진로 교육으로 중국에서 유학 온, 로봇 소재 개발을 연구하는 연구원을 초대했다. 시량이 수업 내용을 통역하자 시량이 가진 역량에 친구들이 놀라워하게 되었다. 진로 교육 이후 시량이 주도하는 중국어 동아리가 생기고 시량의 학교생활이 180도 달라져 친구도 생기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게 된 이야기다.
한 아이를 잘 키워내려면 온 마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아이가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조건 믿어주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쉽지 않은 현장에서 노력하고 힘을 쓰는 선생님들에 감동한다. 다문화 아동 청소년이 처해있는 어려운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희망이라 생각한다.
성인으로 살아가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마을의 일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부모 교육을 다시 시작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각 분야에서 노력하는 분들과 함께 다문화 사회도 긍정적인 여러 걸음을 앞으로 내디디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를 만나 동참하면서 이주민, 디아스포라, 세계시민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마을의 일원으로 마을 구성원에 대해 배우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고 이해하면 공감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지 않을까?
끝으로 도서 <우리가 몰랐던 까칠한 다문화 이야기> 속 인상 깊은 문장을 공유한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학생들에 비해 학교 밖에 있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얼마나 잘 알아서 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모국에서 형성된 사회 통념이, 한국에서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성정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공교육엔 당당히 입성했지만 그 후로 방치된 아이들, 미래가 뭔지 꿈조차 꾸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는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열다섯 살이었단 아이들은 스물여덟이 되었고, 열일곱이던 아이들은 서른이 되었다. 아이들은 화살의 속도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이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하지 않다. 아이들이 저학력과 빈곤으로 재생산된 계층이 되어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아갈 거란 사실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지난 십 년을 돌아보며 통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