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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방장 Nov 25. 2023

자신을 찾아가는 길은 옳고 그름이 없다.

ep14. 추천 도서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은 서른여섯 살의 모태 솔로 주인공이 대학 졸업 후 취직 못 하고 18년 동안 같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자신의 평안과 정체성을 찾은 이야기다. 


스스로 "괴짜"라고 생각하는 분이나 스스로를 쉽게 의심하는 분에게 이 도서를 추천한다. 자신과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길은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카페는 월요일 휴무다. 오늘의 스케줄은 8시 반 건강검진으로 시작하고 오후에는 한국 국적 귀화 면접이 있다. 사실 귀화 여부를 지난주까지 고민하다가 주말에 비로소 결정을 내렸다. 

보통 중국 교포가 한국 국적으로 귀화하기까지 서류 준비, 필기시험, 면접이 필요하고 21~24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그 이후로 모든 행정업무를 다시 받는다. 올해 2월에 일단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했기에 필기시험 없이 바로 면접대상자가 되었다. 면접 시간이 이렇게 빨리 잡힐 줄은 몰랐다. 고마운 일이다. 
행정업무에서 많은 불편함을 겪었다. 대출받을 때도 현주소에 거주 사실을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아야 하는데, 나의 이름으로 된 내 집에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 국적인 사람에게 위탁해야 증명할 수 있다. 가족관계 증명 발급 또한 외국인으로 발급받을 수 없고 한국 국적인 배우자만이 발급받을 수 있는 사실…… 자국민과 외국인에 대한 허용범위가 다른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외국인이어서 불편한 것이다. 그래서 귀화를 신청한 것이다. 그럼에도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국적인 정체성 자체로 있는 그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지난 주말에 깨달았다. 배우자와 2세 계획이 있는데 나의 2세에게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나의 정체성을, 그리고 다양성을 자연스레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자신의 국적을 포함한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적으로 아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사실 여전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지만 나의 선택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한다. 


결국 귀화 면접 대신 운동을 하러 갔다. 
오늘 같은 날 문득 2018년 여름 독일로 가는 비행기에서 보았던 도서 <편의점 인간>이 생각났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리랜서로 6개월간 일을 하다가 월급 150만 원 받는 애니메이션 회사로 입사했다. 그런 나는 가족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다. 나 역시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시기였다. 독일에서 유학 공부를 하는 언니의 초대로 일 년도 채우지 않았던 초년생이 10일 동안 휴가를 냈었다. 막막했던 길모퉁이에서 <편의점 인간>이라는 도서를 만나며 비행기 위에서 내내 용기를 받고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자신을 찾아가는 길에 있고, 여전히 자신을 찾아가는 길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의 선택에 책임지는 것, 그것이 나를 찾아가는 방법이다. 




끝으로 도서 <편의점 인간> 속 인상 깊은 문장 공유한다. 


“보통 사람은 보통이 아닌 인간을 재판하는 게 취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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