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추천 도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부모 교육을 하면서 나는 아이의 문제행동은 무조건 부모 탓이라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당연하게 했다. 그러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고 반성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는 무조건 부모의 잘못이 아닌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제목 그대도 1999년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속 2명의 가해자 중 한 명의 엄마가 쓴 실화 이야기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다.
현재 처해 있는 환경에 답답함을 느끼는 분이나, 자책하는 부모에게 추천한다. 실화로 비극 이후 우울증 치료와 자살 방지를 위한 사회 활동에 힘을 쓰는 가해자의 엄마가 쓴 도서다. 우울증 관련 지식도 배울 수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무거움과 답답함을 마주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책을 읽고 부모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만큼 살아가면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를 마주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큰 울림이 있었다. 가슴속에 풀리지 않는 채로 있는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질문을 사는 것이다.
삶 속에서 질문을 마주할 때 나는 멈추고 스도쿠를 한다. 숫자 퍼즐 게임으로 9*9칸에 진행되는데 각각의 가로줄과 세로줄에 1~9가 중복 없이 하나씩 들어가야 하고 3*3박스 안에도 1~9가 중복 없이 하나씩 들어가게 만드는 게임이다. 쉬움, 보통, 어려움, 전문가, 이블로 내가 하는 스도쿠는 총 다섯 레벨로 나눠어 있다. 각 레벨을 10개씩 통과해야만 다음 레벨 게임을 할 수 있다. 카페를 준비하면서 이블 레벨까지 통관했다. 어려움 레벨까지는 눈으로 보고 바로 답을 알 수 있었지만, 전문가 레벨까지 가면 반드시 메모 기능을 써야 한다. 우선 모든 칸에 가능한 숫자를 적는다. 그리고 가로줄과 세로줄, 3*3박스 기준으로 메모로 적은 숫자들을 한번 추려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게임을 통과할 수 있지만 가끔 막힐 때도 있다. 그럴 땐 스도쿠 게임을 멈춘다. 기간을 두고 다시 반복하면 신기하게도 풀린다. 스도쿠를 풀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질문을 사는 것, 삶의 무게를 마주할 때는 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잠시 멈춰야 한다는 것을 스도쿠로 연습한다. 카페 인테리어 공사 기간에 매일 결정하거나 처리해야 할 업무가 적어도 10가지씩은 되었고 앞이 막힐 때도 많았다. 그때 배우자가 감탄한 적이 있다. “우리 방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잘 자는 거 보면 신기해.” 그러고 보니 대학원 다닐 때 동기 언니도 내게 비슷한 말한 적이 있다. “방장은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것 같아. ” 오히려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이다. 내가 의도적으로 노력한 것이 있다면 부단히 나의 기분을 체크하는 것이다. 그리고 쉬어야 할 때 과감히 쉬는 연습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면 막혔던 문제들이 자동으로 풀렸던 것 같다. 공사하다 막히면 스도쿠하고, 스도쿠 하다 막히면 공사에 집중했던 시간이어서 되돌아보면 대체로 막힘없이 잘 풀렸던 것 같다.
같은 방법으로 나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답이 안 보일 때는 잠시 멈추고 질문을 살려고 한다. 지금 바로 답이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건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 다시 찾은 나의 사명감이 집 나갈 일이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도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속 인상 깊은 문장 공유한다.
“가슴속에 풀리지 않는 채로 있는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에 나오는 문구다. “그 질문을 잠긴 방이나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여기고 그 자체로 사랑하려고 애쓰라.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라. 그 답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게 관건이다. 지금은 그 질문을 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먼 날에, 점차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답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