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 추천 도서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추천 도서 <Everything I Never Told You(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Celeste Ng
소설 <Everything I Never Told You(无声告白)>를 중국어로 읽었다. 1970년대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가정의 비극으로 시작해서 치유되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중국계 미국인 1세, 2세의 감정을 나는 공감할 수 있었기에 재미있게 읽었고 위로받은 도서다.
다양성과 차별에 관심 있거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내 안의 열등감에 대해 고민하고 마주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작년 여름 퇴사하고 5년 만에 대학원 동기들과 모임을 했다. 술을 한 잔씩 마시던 중 미국에서 박사 공부를 하는 A가 나의 얼굴을 보며 해맑게 묻는다. “방장아, 나 미국에 중국 친구 많아~ 근데 중국 사람들은 원래 다 입이 싸? 아니, 내 앞에서 중국어로 막 뭐라 뭐라 하는데 내 얘기 같은 거야...” 졸업하고 양육에 집중하다 오랜만에 밤 문화를 즐긴다는 동기 B, 연신 술집 분위기가 젊고 힙하다며 감탄하다가 문득 나의 손목에 있는 타투를 보더니, “어머, 방장아, 손목에 혹시 타투니? 어머머, 너 되게 까졌다…… 방장아, 나쁜 뜻으로 말한 거 아닌 거 알지?”
열 사람 중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두 명 있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날 싫어하는 사람이 두 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여섯은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진작 깨달았다.
난 여러 정체성을 갖고 있다.
국적으로 분류하면 나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지만 한국 국적 귀화예정자다. 외할머니가 8살에 625 전쟁으로 한 달을 걸어서 중국 길림이라는 곳으로 피난 갔다고 한다. 친할머니는 강원도 춘천에서 중국으로 피난한 것이고 나의 심 씨는 청송 심 가라고 한다. 부모님은 중국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한국으로 이주해 오셨다. 나는 중국에서 태어나 소수민족 조선족 학교에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왔다. 중국에서도 소수민족이고 한국에서도 "소수민족"이다. 한국 남자를 만나 혼인신고를 했고 한국에서 한중가정을 이루어 나갈 예정이다.
직업으로 분류하면 나는 부모 교육자, 애니메이션 피디, 스튜디오 앤 카페 방장 운영자, 그리고 셀프 헬프 브랜드 연어 디렉터다. 성인이 된 후 사회생활은 오롯이 한국에서만 경험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부모교육을 배웠고 전문가로 부모 교육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5년간 프로듀서로 작품을 관리하고 론칭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교육과 놀이를 접목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창업하게 되었다. 그게 카페 방장이고 셀프 헬프 브랜드 연어다.
새로 알게 된 사람이 국적 정체성을 물어볼 때, "조선족이에요"라고 하면 대체로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볼까 두려워 "중국인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코로나 이후 중국인이라고 하기도 조심스러워해 졌지만, <Everything I Never Told You(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를 읽고서부터는 누군가 국적을 물어보면 자연스레 중국 국적, 조선족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그동안 어쩌면 나 역시 소설 속 주인공 제임스와 같이 스스로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언젠가는 나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글로 적어보고 싶었다. 그게 지금이다.
끝으로 도서 <Everything I Never Told You(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속 감명 깊은 문장을 공유한다.
˝웃고 싶지 않을 땐 웃지 않는 거야. 꼭 기억해야 해.˝
한나는, 언니의 관심을 오롯이 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반쯤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