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퐝메리 Dec 26. 2020

꽃이 피면 바람이 잦고, 인생에는 이별이 많나니


남남이 될까봐 두려운거야


내가 좋아했던 구 회사 직장상사에게 카톡을 보낼까 말까 하다 고민하다 결국 전송을 눌렀다. 실없는 몇 마디를 주고받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이렇게 다시 연을 희미하게나마 이을 수 있어서. 남남이 아니라는걸 확인할 수 있어서.


코로나는 내게 두 가지 숙제를 안겨주었다. 밥 먹지 않고, 술 먹지 않고, 차 마시지 않고. 어떻게 새로운 회사 사람과 친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떠나온 구 회사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 


“밥 한번 먹어요" "술 사주세요" 수십년을 닳도록 한 말이건만 코로나 시국에는 차마 이 한마디가 떨어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인간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었던 만남. 그러나 이 만남을 입에 올리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나날이었다.


물론 그래도 그 와중에도 몇몇 사람과는 술도 마시고 밥도 먹었다. 하지만 그 빈도수는 확연히 줄어들었고, 마음의 부담도 여느때와는 달랐다. 보고싶어도 보고싶다 말할 수 없었고, 모든 수단이 끊어진채로 황망히 새롭게 관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답지도 않게 카톡이나 문자로 안부인사를 묻기 시작한것은 그 때문이다. 전화는... 좀 그렇겠지? 하면서 날씨를 핑계삼아, 스승의날 같은 기념일을 핑계삼아, 사회생활의 질문을 핑계삼아...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어색하고, 우스웠다. 그렇지만 내가 이 언제끝날지 모르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며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으랴. 그저 희미하게나마 안부를 묻고, 연이 끊기지 않도록 애쓰는 일 밖에는.



인생에는 이별이 많나니


굳이 회자정리, 거자필반등을 언급하지 않아도 인생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서로의 일이 바빠, 상대에 대한 관심이 사그러들어 헤어지게 된 경우는 그렇다쳐도. 오직 코로나라는 상상치도 못한 변수에 의해 - 이것만 아니었으면 꽤 자주 만났을텐데 - 관계가 끊어지는건 원치 않는다. 


잘 지내시죠

날씨가 춥네요

00를 보니 생각나서 연락드렸어요


오그라든다고 예전에는 쳐다도 안 봤을 인사말을 고민하고 망설인다. 그러면서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것들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있을 때 잘할 걸. 그때 만나자고 할 걸. 이렇게 될지도 모르고. 언제든 밥 한번은 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자연스레 잊어지는것과 갑작스레 이별하게 되는것은 다르다. '꽃이 피면 바람이 잦고, 인생에는 이별이 많나니' 시조를 읊조렸던 우무릉도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니 술잔을 권한것이겠지. 이별을 마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려고.


얼마나 더 이 기다림을 버티며 낯선 노력을 해야하는걸까. 부끄럽고 민망하다. 그래도, 코로나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누군가와 남남이 되는것은 원치 않는다. 어떻게 만난 인연인데...


원래부터 이별이 많은 것이 인생이래도...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는 것이 인생이래도...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넷플릭스 놈들 보아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