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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an 09. 2021

커피를 싫어하면, 쌍화차를 좋아하면 어떡해




좋으면서 그런다.


살면서 이런 얘기를 세네번은 들었다. 그럴 때마다 입을 떡 벌리고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하며 놀랐다. 실제로 좋으면서 그랬던 경우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저 말의 진위여부가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단언할 수 있느냐 하는거였다. 


아니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말을 하지?


우리가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나는 당신에게 고백을 한적도 없고? 말을 다정하게 한 것도 아니고? 아닌 척하다가 웃는걸 들킨적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왜? 어째서? 내가 그쪽을 좋아한다고, 함부로 단언하는거죠. 네??


이런 사람들이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상대의 마음을 확신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편이냐면 상대가 10번 좋다고
표현을 해도
‘그때는 좋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닐수도 있잖아' 하고
감정을 망설이는 편이었다.


'밥 사줄테니 연락해' 라고 얘기해도 '그냥 지나가는 말일 수 있잖아' 하고 연락할까말까 고민하는 편이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카톡으로 말 걸어도 될까' 하고 안절부절 하는 편이었다. 물론 내가 너무 소심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나. 누가 날 좋아한다는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나는 이 사람한테 연락을 하고싶은데, 얘도 내 연락을 받으면 좋아할까. 오랜만에 잘 지내는지 묻고 싶은데, 혹시 내 안부인사가 갑작스럽게 느껴지진 않을까. 퇴근하고는 몇 번 만났는데, 주말에 만나자고 해도 되는걸까. 



그래서 감히 상대의 마음을 단언한적이 없다. 눈치로 안 적은 있었지만, 단 한번도 '좋으면서 그런다?' 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본적은 없었다. 으으,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아니면 어떡하라고. 쪽팔려서 어떻게 살아.





시간 있으시면 커피나 하자 말할 수가 없네
커피를 싫어하면 쌍화차를 좋아하면 어떡해




브로콜리너마저의 <두근두근>을 듣다가 이 기사를 듣고 픽 웃어버렸다. 그렇지? 내 말이 그거거든! 커피를 싫어하면? 쌍화차를 좋아하면 어떡해...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명쾌해지기는 커녕 점점 더 어려워지는 기분이다.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건네야할지. 친분의 1단계를 넘고나면 어떻게 2단계로 갈 수 있는지.


‘사교성이 좋고 교우관계가 우수함'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는 늘 이런말이 적혀있었는데. 그때는 어떻게 그랬었는지... 정말이지 가끔은 모르겠다. 친구는 도대체, 어떻게 사귀는 거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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