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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an 20. 2021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말


지옥같은 하루였지


몇 년전이다. 나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알바를 한적이 있다. 당시는 김생민의 <영수증>이 한참 인기를 끌던 때였다.


친한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우리도 직장인 투잡이나 해볼까?" 농담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 주 토요일에 바로 장지동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를 찾았다. 준비할거는 없고, 그냥 몸만 가면 된다고 했다.


그때도 추웠다.


물류센터는 난방이 안 된다는걸 그때 알았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핫팩을 두개씩 나눠줬다. 양 주머니에 넣고 일을 시작했다. 죽을 맛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육체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못해먹겠으니 집에 가자고' 했다.


동료는 그래도 왔으니 하루는 일해보자고 했다. 점심시간도 짧았다. 편의점에서 대충 주워먹다가 진심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동료를 혼자 두고 갈수는 없어서 참았다.


다행히 시간은 잘 흘렀다. 쉴새없이 주문표를 보고 물건을 담았다. 추운것도 힘들었지만, 더 힘든것은 더러운 화장실과 열악한 휴게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매일 일한다면 너무 비참할것 같았다. 그렇게 일당을 받았다. 그리고 잊었다.


받은 돈으로 거하게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잊었다. 쿠팡 물류센터 알바는 내가 가끔 깔깔대며 늘어놓는 무용담이 되었다. 나는 다시 고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여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근경색이라고 했다. 추운데서 일하다가 변고를 당했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기사를 정독해서 읽었다. 그녀는 이혼을 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가장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치매 환자시라고. 언니와 함께 물류센터에 일을 했다고. 밥을 늦게까지 잘 못 먹었다고. 차가운 밥과 반찬을 먹었다고. 눈물이 너무 났다. 나는 그곳이 어떤지 아는데. 거기서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 내가 도망쳐 온 곳에서. 누군가가 죽었다고 했다.


내가 경험하기 전에는 몰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할때가 있었다. 엄마나 동생에게 '저기 쿠팡에 가면 일자리 널렸어' 라며 알바를 해보라고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갔다오니 내 가족에겐 절대 권할 수 없는 곳이었다. 차라리 내가 하면 했지. 내 가족이 이런데서 일한다고 하면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여성이 죽었다. 우리 엄마보다 조금 젊고, 우리 엄마처럼 다 큰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던 50대 여성이.


착잡하고 괴롭다.


우리 집에는 오늘도 쿠팡에서 시킨 물건이 그득그득한데.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렇게 과분한 편의를 누리고 살아도 되는건지. 내가 편의를 포기하면 누군가의 희생이 조금이라도 감소될 수 있는건지. 그럴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그럴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고민끝에 쿠팡 앱을 지웠다. 쿠팡이 유독 비인간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류센터가 그렇지 뭐. 대한민국 어디나 육체노동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있을까.


그렇지만 내가 도망친곳에서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슬프게 한다.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쿠팡을  자신이 없다. 조금은 불편하게 살아야겠다. 나의 불편함만큼 내가 비용을 더 내는만큼, 누군가의 희생이 조금이라도 덜어진다면 좋겠다. 로켓배송도 무료배송도 필요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추운곳에서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지 않는 세상. 그 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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