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얼굴 좀 보자
친구 y는 일이 있어 지방에 내려가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얼굴보기가 어려운데 멀어진 거리가 한몫 더한다. 떨어져 있으니 더 보고싶다. 그래서 두 달에 한번쯤은 친구가 있는 충청도로 향한다. 117km. 네비가 알려주는 그녀와 나의 거리다. y를 만나는 곳 117km 전.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출발시킨다.
너는 이런 노래를 들어?
나는 y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인디음악을 몰랐을거고, 독립영화를 알지 못했을거다. 대학시절 나는 y를 통해 늘 새로운 음악과 영화를 접했다.
‘나는 이런건 안 들어봤는데' 그렇게 주저하며 시작한 모든것들은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되었다. 브로콜리너마저, 짙은, 엘 시크레토, 서울독립영화제.
극장에 끌고 가고, 음악을 권하고, 책을 빌려주고. 뭣도 모르면서 '네가 좋아하니까' 하며 시작한 모든 것들이 내 인생에서 너무 소중한 것들이 되었다.
규모가 작은 유원지에 들렀다. 친구는 무서워서 못탄다는 바이킹을 나 홀로 탔다. 꺅꺅 대며 소리지르는 나와 깔깔 대며 지켜보던 친구. 처음만났던 2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렇게 유원지의 풍경을 잔뜩 즐기고, 유명하다는 치킨을 포장해 차에서 먹었다. 노을이 지는 어느 비행장을 함께 걸었다.
함께 마시던 커피가 좋았다. 향이 좋았고, 친구가 알아본 카페의 풍경이 좋았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떠드는 이야기들이 좋았고, 봄날처럼 따뜻했던 그날의 날씨가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y가 좋아진다. 적당한 유머감각, 삶에 대한 어른스러운 태도, 실질적인 인생의 조언까지. y에게 이야기를 하는 순간, y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은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한다.
그녀를 만나기 전 117km.
다시 117km 를 달려 집으로 오던 길. 나는 언제고 다시 이 길을 운전해서 올것이라고 다짐했다. y야 너는 아니. 너에게 향하는 117km도, 너를 만나고 돌아오는 117km도, 나에게는 온통 즐거움이야.
그곳에서 잘 지내. 다시 보는 날까지. 전화를 하지만, 카톡도 하지만. 언젠가 사무치게 마주앉은 순간이 그리워지면또 달려갈게. 여기에서 그곳까지. 언제라도 다시, 그곳에서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