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
김애란의 <영원한 화자>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 속 화자는 계속 '나는 - 사람이다' 라며 스스로를 규정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지?' 하고 자문했다. 나는, 나는... 그러니까... 오랜 생각끝에 겨우 한줄을 완성했다. 나는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는, 다정하지 못한 사람이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처음에 다정함이라는건, 타고난 성정이라고 생각했다. 다정한 성격이 있고, 그렇지 않은 성격이 있다고. 나는 후자일뿐이라고. 그래서 나의 툭툭 내뱉는 말투는 타고난 성격일 뿐이라고.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툭툭 내뱉는 말투의 사람들이 너무 싫어졌다. 내가, 저런가? 나도 저런가? 쉽게 고쳐지지 않았지만 '문제'라고 자각한 순간, 툭툭 내뱉는 말투를 고치고 싶어졌다. 사람들의 다정함이 성격이 아닌 타인을 위한 '배려' 이자 '노력' 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도 바뀌고 싶어졌다. 조금씩 노력하기 시작했다.
웃으며 말하고, 어미를 부드럽게 하고,
내 기분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고려하는 거.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노력해도 어떤 이는 노력하지 않았고, 나만 노력한다고 느낄땐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왜 나처럼 노력하지 않는거야? 누구는 다정하고 싶어서 다정한 줄 알아? 나도 성격대로 한번 해 봐, 어?
그래도 나는 다정한 사람이 좋았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닮기위해 노력했다. 뭐? 라고 쏘아붙이기 전에 응? 이라고 대답하고. 왜? 라고 물어보기 전에 무슨 일 있어? 라는 표현을 쓰고. 아닌데? 라고 면박을 주기전에 그럴수도 있는데, 라고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나는 아직 갈길이 멀다. 그러나 언제나 가슴속으로 다정함을 동경한다. 말을 예쁘게 하기위해 노력한다. 누군가가 나의 다정함에 기댔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마주침의 온기를 주고싶고. 노력하지 않고 얻은것을 자랑하지 않으려고 다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가. 오랜 생각끝에 스쳐 지나간 문장이 나를 괴롭히며 궁지에 몰아넣는다. 나는 다정하지 않지만, 다정한 사람이 되고싶은 사람이다. 사람들의 다정함에 기뻐하고. 그래서 나 역시 누군가의 기쁨이 되고 싶은. 오래 망설이다 그렇게 겨우 한줄을 내뱉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는, 아직 다정하지 못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