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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Feb 20. 2021

처음엔 직장동료라는 게 참 쉽게 영원할거라

그렇게 믿었었는데 그렇게 믿었었는데에


너 만약 그만두면 한 달 전,
아니 세 달 전에는 알려줘.


구 회사의 절친한 동료는 이직 의사를 내뱉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무슨 세 달 전이야, 하고 웃는 나에게 동료는 그렇게 말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나 역시 동료가 갑자기 퇴사를 한다고 하면 눈물이 터져 나올걸 알았다. 하지만 무슨 마음의 준비를 세 달씩이나 한다는 걸까. 당시엔 깔깔깔 웃으며 넘겼다. 그때는 그랬다. 그러나 사람일은 모르는 거였다. 내가 남겨지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랬다.



결혼하면 회사 그만둔대


지금 다니는 회사의 절친한 동료가 그렇게 말했다. 점을 봤는데, 내년에 결혼하고 결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둔다고. 오 좋겠다. 조금만 참아 잘 됐네! 나는 결혼보다는 퇴사가 부러웠다. (모든 직장인의 꿈은 퇴사다) 그리고 깔깔 거리며 오버하지 말라고, 무슨 점 한번 본 걸로 그렇게 김칫국을 마시냐고 놀렸다.


그런데... 어제 동료의 소개팅이 잡혔다. 아니 뭐야. 내년에 한다며. 아 뭐야? 진짜 결혼하는 거야? 그러면 어, 잠깐만... 정말 회사도 그만두는 거야?


순간 심란해졌다. 당연히, 백 번 천 번 동료의 행복을 응원한다. 결혼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고. 그런데 왜 회사는 그만둔다는 건데. 아직 현실로 닥쳐오지는 않았지만 나는 결혼이 아니라, 동료의 퇴사(가능성)에 울적해졌다. 연차만 써도 빈자리를 보면서 적적한 사람인데. 회사를 그만둔다고? 아니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그것도 조만간에? 아니 그럼... 나는! 나는 어떡해...



이직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마음에 맞는 동료를 찾는 거였다.


지난 회사에선 6년을 다녔기에 곳곳에 친한 사람이 넘쳤다. 화장실에서 가도, 탕비실에 가도, 반가운 얼굴들이, 평소에 밥도 먹고 술도 먹고 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어딜 가나 깔깔깔 웃음보가 터졌고 그게 회사생활에 엄청난 활력이 되었다. 이번 회사에서는... 어려웠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했고. 지난 회사보다 타부서간의 교류가 없는 편이기도 했고. 그래도 정말 어렵게, 여러 가지 노력을 한 끝에, 겨우겨우 절친한 동료를 만들었다.


업무시간에만 주고받던 카톡을 주말에도 하기까지. 따로 약속을 잡아서 술 마시고 밥 먹기까지. 매일 탕비실에서 잠깐 만나서 수다를 떨기까지. 사람은 어떻게 사귀는 거더라, 를 고민하며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씩. 그렇게 만들어서 애지중지 여긴 나의 절친한 동료였다. 그런데, 결혼을 한다는 거다. 아니 결혼은 할 수 있는데. 퇴사도 한다는 거다. 아니 나를 길들여놓고 간다니... 정말 날 두고 가시나? 왜 예쁜 날 두고 가시나!


물론 아직 결혼도, 퇴사도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버인거 안다) 하지만 가능성만으로도 마음이 심란하다. 네가 가면, 나는 어쩌나. 이제 누구랑 커피를 마시고, 시덥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은 이제 누구랑 나누나. 


열 받으니 술 마시자고 누구에게 말하나. 사소하지만 필요한 정보는 누구에게서 얻고, 그런 일이 있었대더라 하며 누구하고 신나게 맞장구치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라고 말하던 전 직장 동료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그러길래 떠날 때는 몰랐다. 남겨지니까 그렇다. 사소한 추억 하나하나가 그림자가 되어 남는다. 길들여진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에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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