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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Apr 05. 2020

배달의 민족은 어쩌다 동네북이 되었나



"배달의 민족 삭제해야겠네요"


이번 주말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배달의 민족 수수료인상' 이라는 기사가 SNS와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요는 배민이 수수료를 인상했고, 그래서 자영업자의 부담이 늘었다는 것.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면 이건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임을 알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의 말을 믿자면 시뮬레이션상으로 전체적인 수수료는 인하된 것이고, 이것은 상생을 위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중요하랴. 여론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배민을 욕하며 분노했다. 독과점. 독일기업 인수. 수수료. 이 세가지 키워드에서 배민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배달의 민족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이 이렇게 나쁘다니... 아니 나쁠 수는 있는데, 어떻게 이 정도까지 안 좋을 수 있을까.


사실 배달의 민족의 이런 수난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번 유명인들에게 쿠폰을 준 사건으로 한동안 떠들썩하게 욕을 먹었더랬다. 그때도 온갖 커뮤니티와 SNS가 앞장서서 배민을 욕했다. 탈퇴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탈퇴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 이후로는 할인쿠폰을 선별적으로 주는 바람에 또 욕을 먹었다. 사람들은 급기야 '마케팅팀을 죄다 물갈이해야 한다' 라는 강경발언을 내뱉었고, 경쟁업체 요기요는 '이때싶' <누구나 페스티벌> 을 내세우면서 선별적 쿠폰을 발송하는 배민과 비교대상이 되었다.


나는 배달의 민족이 나쁜 기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나쁜기업이라니... 배달의 민족은 여전히 모든 마케터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브랜딩 사례가 있었던가. 실제로 배민의 경영정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케팅으로 그렇게 여러번 화제를 모았던 기업이, 국내 압도적 시장점유율 1위와 유니콘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인 배민이, 어쩌다 이렇게 미움받는 기업이 되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욕을 먹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1등 기업은 더더욱 그렇다. 노조탄압과 애플 디자인 모방으로 욕을 먹는 삼성전자, 국내 소비자를 호구로 본다는 비난을 받는 현대차, 검색결과와 여론조작으로 욕을 먹는 네이버, 적자만 내서 언젠가는 망할거라는 쿠팡.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이유로 기업을 욕하고 1등 기업에게는 더 많은 욕이 쏟아진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배달의 민족이 욕을 먹는 이유도 그 뿐일 수 있다. 1등 기업이라는 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거.




베짱이는 없어요, 현실에서는



하지만 어떤 기업도 팬클럽이나 브랜딩 자체가 이슈된 적은 없었다. 배달의 민족은 다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업팬클럽까지 운영했던 회사다. 그렇기에 안티로 돌아선 사람들의 목소리에 긴장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등골이 서늘해지긴 해야 할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배달의 민족을 욕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배달의 민족을 이용할 것이다. 점유율이 떨어질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업계 1위 명성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그렇지만 배달의 민족이, 소비자가 사랑하지 않는 기업이 되고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언젠가 그 기업이 사라진다고 했을때, 아쉬워하기는 커녕 빨리 누군가가 대체재를 내놨으면 좋겠다고 여겨지는 기업이 되고있는것도 사실이다. 소비자로서 많은 기업을 이용하지만 사랑하진 않는다. CGV를 가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단 한번도 상영하지 않는 CGV가 너무 싫다. KT를 오래 쓰고있지만 거지같다고 생각한다. (안 바꾸는 이유는 SKT와 LGT를 써봤는데 마찬가지로 구리다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렇다. 사랑하지 않아도 쓰지만, 그것을 소비한다고 해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배달의 민족은 분명 사랑받는 기업이었다. 베짱이는 어디에나 있었고 많은 밀레니얼이 열광했다. 하지만 달라지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제 어디에 있을까. "배달의 민족 삭제해야겠네요" "배민 진작에 삭제했지만 참..." ... 배달의 민족은 어쩌다 동네북이 됐을까. 소비자의 냉정한 말 속에서 못내 두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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