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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Mar 22. 2020

SNS 시대의 카피라이팅

29CM의 경솔한 '확찐자' 멘트를 보고



구 회사에서 SNS관리자 역할을 했다.


약 1년 정도 인스타그램/트위터 운영을 담당했는데 그때마다 타사의 리스크 사례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던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업로드전에는 수십번 검열을 했다. 이 사진, 이 문구 문제없지? 약간의 문제라도 있을것 같은 문구나 사진은 업로드하지 않았다. SNS운영자이므로 재미와 트렌드를 추구했지만 그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소위 말하는 '병크'를 터뜨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 노력 덕택이었을까. 모니터링을 하면 늘 빠지지 않는 말이 있었다. '저 회사 SNS 담당자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다' 그렇게 구 회사의 SNS관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마쳤다. SNS 우수사례로 몇 건의 언론 인터뷰 제안까지 받았으니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어젠가 트위터를 하다가 29CM의 푸쉬 메시지에 '확찐자' 라는 말이 불편하다는 한 유저의 게시물을 보았다.


'확찐자'라는 신조어는 나도 예전부터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던 단어였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쓰고 있었고 유행어라면 유행어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위터의 한 유저가 지적했다시피 회사의 마케팅 문구로 쓰이는 것은 누가봐도 부적절해보였다. 코로나는 장난으로 소비될만한 여지가 없다. 게다가 '확찐자' 는 '확진자' 라는 누군가의 생명과 관련된 단어이기에 더욱 조심했어야 했다.



해당 트윗은 1천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공유되었다



사실 이런식의 기업 마케팅 문구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는 매드포갈릭이 인스타그램에 경성시대(일제강점기)를 낭만으로 포장했다가 뭇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라는 문구를 유머소재로 쓴 무신사는 결국 사과문과 함께 대대적인 직원 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CGV 아트하우스는 원문과 상관없이 영화의 홍보문구를 '꾸안꾸'등의 유행어로 게재했다가 욕이란 욕은 다 먹었고 '아트하우스'가 지녔던 브랜드 이미지마저 잃었다.


29CM도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카피로 이름 나 있는 곳이다. 이 곳을 잘 모르는 나 역시, 29CM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는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그렇지만 어쩌다가... 저 문구가 소비자들에게 와 닿았을까. 문제가 될 줄 몰랐다면 정말 문제고, 혹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쓰자라고 했다면 또 심각한 문제다.


기업의 SNS마케팅은 유저들의 성향을 의식하여 유행어와 트렌드를 앞다투어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SNS시대의 유저들은 누구보다 트렌디함과 동시에 또 누구보다도 PC함을 중요시한다. 재미있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신조어는 좋다. 하지만 기업의 SNS라면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쓴다고 해서 그걸 마케팅에 활용할지 말지는 보다 신중해야만 할 것이다. 적어도 SNS시대의 카피라이팅은 그렇다. (자체검열이) 지나친 것이 부족한것 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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