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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an 23. 2021

운명과 인연에 대한 마음의 빚, <동감>


누군가를 간절히 좋아하면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79년의 소은은 2000년의 인과 무선통신으로 교류한다. 통일은 됐나요? 그 세상은 예뻐요? 순수하고 단순한 질문들을 늘어놓는 그녀. 소은은 망설이다 미래에 산다는 인에게, 진심으로 궁금한 한마디를 묻는다. '그 세상에는요... 누군가를 간절히 좋아하면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79년 소은의 세상은 온통 첫사랑이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을 번갈아가며 이름을 불러주는 동희선배. 소은은 선배를 훔쳐보다가 아닌척 들어간 동아리방에서 처음 HAM(아마추어무선통신장비) 만난다. 선배에게  얼떨결의 거짓말때문에 통신장비를 집에 들여온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상한 남자와의 믿을  없는 교류가 시작된다.






2000년 인의 세상은 소은의 세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는 여자친구와 애정을 주고받긴하지만 소은처럼 절박하거나 간절하지 않다. 인은 뭐든지 가볍다. 소은도 그저 흥미로울뿐이다. 79년의 사는 영문과 여학생이라니. 그렇게 시작한 가벼운 호기심이 소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줄은 인도 알지 못했다.



미래를 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많은 영화들이 그런 주제를 다룬다. 그러나 영화들은 대개 하나도 빠짐없이 '아무리 슬픈 미래라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컨택트>, 그리고 <동감>. 소은은 인과 소통하다가 자신의 첫사랑이 인의 부모가 되었음을 알게된다. 자신은 이제 막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며 어쩔줄 모르는데, 인의 세계에서 이미 그 첫사랑은 소은의 절친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있다.





영화를 볼때마다 매번 소은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지금 만나러갑니다>의 자신의 죽음, <컨택트>의 딸의 죽음에 비하면 소은이 맞딱뜨리는 미래는 얼마나 하찮은가. 하지만 겨우 스물 몇살의 여학생에게 그것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님을, 그 시절을 지나온 우리 모두는 알고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그 사람과 저는 인연이 아닌가봐요' 하며 돌아서는 소은에 마음이 내려앉는다. 2000년의 인과 마주친 나이든 소은의 모습에서 이루지 못한 모든 인연의 엇갈림을 마주하며 먹먹함을 느낀다.





씨큐씨큐씨큐 여기는 피에스원...


어느날 나에게도 이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아마 호기심에 이끌려 미래에 대해 물어보겠지. 그러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슬픈 결말을 미리 알아버린다면? 그때 나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다른 시대의 사람과 나누는 교류. 달콤하고 낭만적인 서사에 언제나 슬픔이 자리잡는다는것은 묘한 일이다. 그러나 왜 그렇지 않겠는가. 너는 떠나고, 비밀은 폭로되고, 믿었던이에게 배신당하는것이 우리의 인생인것을.


“넌 얼굴도 못 본 사람을 몇 시간이고 기다리니?”

“얼굴을 못 봤으니까... 기다리지”


하염없이 서로를 기다리던 인과 소은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일은 아직 오지않을 인연을 그리고 운명을 기다리는 일 뿐이다. 알면서도, 기다리고. 모르기 때문에 또 기다리고. 그리고 기다리는 이에게는 운명처럼 어떤 인연이든 맞닿으리라는것을 믿는다. 아직 한번도 보지못한 그 사람이, 알면서도 마주하게 된 운명이 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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