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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Apr 06. 2020

신형철의 문장을 필사하며




어떤 조건하에서 80명이 오른쪽으로 선택할 때, 문학은 왼쪽을 선택한 20명의 내면으로 들어가려 할 것이다. 그 20명에게서 어떤 경향성을 찾아내려고? 아니다. 20명이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왼쪽을 선택했음을 20개의 이야기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어떤 사람도 정확히 동일한 상황에 처할 수는 없을 그런 상황을 창조하고, 오로지 그 상황 속에서만 가능할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는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시도, 이것이 문학이다.


-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중





신형철이 너무 좋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책들은 다 읽다가 황급히 책장을 덮어야 했다. 문장 하나하나가 주는 기쁨이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날아갈까 두려워 책을 덮었다. 내게는 그게 김애란의 글이고, 김혜리의 글이고, 또 신형철의 글이었다.


누군가 필사를 권하길래 오랜만에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또 이 문장이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르며 책을 덮었다. '오로지 그 상황 속에서만 가능할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는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시도, 이것이 문학이다' 아, 정말 너무 좋다. 문학을 이렇게 아름답게 설명하는 문학평론가라니. 문학작품을 읽지 않은지 너무 오래됐다. 어느새 비문학만 읽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문학의 세계로 유혹하는 문학평론가가 있으니 다시 책을 집어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시도, 그것이 문학이다.


미쳤다. 이번 주말에는 반드시 서점에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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