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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Apr 02. 2021

나의 기쁨을 함께할 자 누구인가



승진을 했다


가족들에게 신나전화를 하고, 친구 y에게 전화를 걸었다. " 승진했어" y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가족들하고는 신나기만 했는데 y 전화를 하면서는 조금 눈물이 났다. 이직하고 대체로 만족하긴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많이 고민했고, 많이 방황했다. 그때마다 나의 고민을 들어주던 사람. 그게 바로 y였다.


와 승진 축하드려요!


sns 친구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서로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모르지만 오랫동안 서로의 일상을 지켜보아 온 사이였다. 나는 또 눈물이 왈칵 났다. 괴롭고 힘든 취준 생활. 그때부터 '면접보고 왔어요' '합격했어요' '회사일 너무 힘들어요'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저희 회사 모델이 됐어요' '퇴사했어요' '저 이직했어요'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던 사이였다.


우스갯소리로 누군가가 죽어서 장례식에 가면 '이 사람 이름은 모르지만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아요'라고 말할 거라던, 그런 친구들이었다.



나의 기쁨을 함께 해줄 자 누구인가


몇 번의 승진을 하며 깨달았다. 나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거. 사람들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냥 사람이라는 게 그랬다. 어떤 이는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어떤 이는 자신과 나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그래서 나는 기쁨을 나누는 게 조금은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어갔다.



앞으로도 서로 좋은 소식 전하며 살아요


sns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인터넷은 익명의 공간이었지만, 어떨 때는  익명의 사람들이 현실보다   힘이 되어주곤 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축하해주는 ,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무척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나는 진심을 담아 꾹꾹 메시지를 보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좋은 소식 전하면서 살아요, 우리'


분명 기쁜 일인데 어쩐지 왜 자꾸 눈물이 나오려는 건지 모르겠다. 힘들었는데. 어려웠는데... 그 시절을 함께 버티고 내게 축하를 건네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맙다.


살아보면 안다. 슬픔을 위로하는 것보다 기쁨에 함께 환호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이 글은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고 썼다. 언젠가 그들에게도 기쁜 일이 생기면, 이 고마움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환한 얼굴로 다가서서, ‘너무 잘됐다’ 고 말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두 손을 꼭 잡고 말할 것이다. 너의 기쁨을 나누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너의 기쁨을 축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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