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갈래?
어느날 문득, 불현듯, 갑자기, 내게는 그런 욕구가 일었다. '백제금동대향로'를 실물로 보고싶었다. 찾아보니 부여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했다. 부여 라고? 단 한번도 가보고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충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친구 G에게 물었다. '부여 갈래?' '부여는 왜'
백제금동대향로가 보고싶어
그렇게 우리는 부여로 향했다. 약속을 잡고, 기다리면서 백제에 대해서 공부했다. 차이나는 클라스 백제 유적편을 찾아보고, 알쓸신잡의 부여-공주편을 찾아봤다. 아무 생각없이 '보고싶다' 한 금동대향로였지만 공부를 할수록 설레임이 커져갔다. 무령왕릉도 가보자. 공주박물관도 가봐야 할 것 같아.
금동대향로는 부여박물관 '사비백제와 금동대향로' 전시실에 있었다. 아무래도 메인이 되는 보물이다보니 전시실의 구성부터가 남달랐다. 가장 안쪽에, 벽 뒤에, 좁은 통로를 지나, 어둠속에... 뙇!!! 위아래로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금동대향로가 보였다. 진짜 예쁘다... 친구와 나는 유리벽에 달라붙어 좌우사방으로 금동대향로를 넋놓고 바라보았다.
봉황 아래는 다섯명의 신선이 각각 다른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연꽃잎에 여러 동물과 사람이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받침에는 용이 입으로 향로를 받치고 있었다. 향로는 백제 창왕(위덕왕)이 아버지 성왕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제사에 쓰던 것이라고 했다. 화려하기 그지 없었고 하나하나 의미가 지나칠것이 없었다.
부여박물관을 나와서는 무령왕릉을 보러갔다. 현재는 모형분에만 들어가볼 수 있는데 생각보다는 크기가 크지 않았다. 모형분이었지만 왕의 무덤안에 들어와있다는 기분이 우리를 흥분케했다. '우리 진짜 인디아나 존스 같다' 모형분 전시를 나와서는 실제 왕릉 주변을 산책했다. 꿩이 한마리 있었는데 '저 새, 무령왕 아니야?' 하면서 망상을 펼쳤다. 비오는 날의 백제 왕릉을 걷는 기분. 살면서 다시 겪기 힘든 감정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친구 G가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누가 이런걸 보자고 하면 좋다고 오겠어' G도 같은 생각인듯 했다. '너니까 이런데 신나서 같이오지' 우리는 서로의 존재가 새삼 너무 고마웠다. 박물관 다니고, 역사 얘기하고, 강의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근데 내가 너 이런거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게됐더라?' '응 너 술 먹고 주정부리다가' 아... 그랬니... 그랬...구나.
3월의 어느 비오는 날. 나는 친구와 함께 부여에 다녀왔다. 우리는 백제금동대향로를 보고, 무령왕릉을 산책했다. 연잎밥을 먹었고 왕복 7시간을 운전하며 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에는 독립기념관도 가자' '응응 경주도 가고' 나는 역사를 잘 알고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을 하니 그 다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러기로 했다.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냥 어느날 갑자기... 금동대향로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