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우주
작년 3월이었다. 퇴사를 한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나는 브런치에 <당신의 우주>라는 제목의 글을 하나 올렸다.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문의 글을 쓰지 않다보면 어느 새벽, 당신은 읽는 이가 기다린대도 긴 글을 쓸 수 없음을 깨닫게된다' 는 김혜리 기자의 글을 인용하는 글이었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그저 그게 무서웠다. '긴 글을 쓸 수 없는 사람' 이 되어버릴까봐. 그게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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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읽지 않는대도' 라는 각오로 시작한 브런치였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었다. 물론 허수가 많이 섞인 조회수라는걸 안다. 제목을 보고 클릭했다가 3초도 되지않아 나가 버린 사람들도 많겠지. (나도 타인의 글을 탐색할 때 그런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대도' 의 각오로 시작한 것 치고는 꽤 놀라운 수치였다.
다음 메인 직장인 탭
어떤 글들은 다음 메인 직장인 탭에 게재되는 영광(?) 을 얻기도 했다. 그런 글들은 하루에 수천~수만의 조회수가 발생했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글은 <나의 망한 당근마켓 면접기>. 이 글은 단일 글로만 무려 1만 9천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261개의 하트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글은 웃기게도 브런치를 저격하는 글이었다. <브런치-넷플릭스 놈들 보아라> 라는 글은 261개의 공감을 얻었다. 물론 브런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많은 작가분들에게는 별것 아닌 수치겠지만, 나같은 변방의 사람에게는... 이 글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3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
한편 브런치를 통해서 얻은 가장 뜻밖의 수확이라면 서로의 오해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다시 만난 일이다. '글만 봐도 너인줄 알겠더라' 친구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브런치에 내 신상 (직장, 이름 등)을 노출하지 않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놀랍고 감격스러운 경험이었다. 오직 글로만 나를 알아보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그 글이 계기가 되어 다시 친구와 친해질 수 있었다는 거. 이것만으로 지난 1년간 나의 브런치 활동은 내게 커다란 의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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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런치 대다수의 글은 그냥 나 보라고 쓴 글이다. 내가 기억을 잊지 않도록. 그저 긴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어서. 그래서 언감생식 공감이나 댓글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꾸준히 공감을 해주고, 내가 글을 올리자마자 누군가가 들어와서 읽어주는 일이 반복되노라면 묘한 안도감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오늘도 몇몇 분들이 이 곳을 찾아주셨구나'
브런치의 구독자라는 것이 다른 SNS 와는 달리 유대감이나 소통이 약하다는건 알고있다. 그렇지만 오늘같은 날은 왠지 내게 구독자라는 이름으로 함께 해주시는 83명의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서로에게 익명으로 남겠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말이 하고싶어요. 그렇잖아요,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