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범준과 장기하가 싫다.
그 뭔가... 찌질한 감성. 그런 가사가 싫고 특유의 목소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자주 듣는다.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하여간 너무 싫은데 라디오에서 나오면 채널을 돌리지 않고 가끔 생각나면 찾아 듣는다. 노래가 좋긴하니까. 나오면 듣고 흥얼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누가 물어보면 절대, 네버, 엑쑤, 장범준과 장기하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을 거다. 그런 게 있다. 암튼 그렇다.
나는 유치한 소설이 좋다.
재벌이니 황후니 어쩌고 하는 것들. 사실 그런 설정에 환장한다. 하지만 한번도 찾아본 적은 없다. 친구에게도 말했지만 그... 도저히 그런 제목의 소설을 읽는 나를 견딜 수 없다. 아무도 내 결제내역 따위 찾아보지 않겠지만 내 결제내역에 황후 어쩌고, 공작 어쩌고가 있다? 나는 그게 너무 싫은 거다. 아 물론 그런걸 보는 사람이 문제라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그렇다. 막장드라마는 잘만 보면서, 그걸 어쩐지... 못 견디겠다.
나는 아이돌이 좋다.
그... 뭐랄까 아이들 재롱잔치 보는 기분으로. 보고 있으면 활력이 돈다. 근데 어느새 나이를 먹다 보니... 요즘 데뷔하는 애들이 너무 어리다 보니... 그걸 지켜보는 내가 좀 민망하다. 망할 유튜브 알고리즘이 아이돌 영상 몇 개 봤다고 계속 그걸 띄워주고. (내가 좋아하는 건 교차편집 영상이다) 다음에 유튜브 접속하면 또 메인화면에 띄워주고. 그래서 좀 부끄럽다. 보더라도 기록 없이 휘발되었으면 좋겠는데. 꼭꼭 '이게 니 취향이잖아?' 하고 확인사살하는 것 같아서 창피하다.
아니 막말로 내가 회사에서 내 아이디로 유튜브 로그인을 했는데 죄다 아이돌 영상 천지면 어떡하냐. 내 사회적지위(그딴거 사실 없음)는? 내 소셜포지션은 뭐가 되느냔 말이야? 그래서 나는 유튜브도 오로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지 않는다. 뭐랄까, 로그인했을 때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한다. 교양 한 스푼을 꼭 채워놓으려 아등바등 산다.
모르겠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그렇지만 어쩐지 부끄러워서 좋아한다고 당당하지 말 못하겠는 것들이 있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장범준과 장기하가 아니다. 웹소설의 설정이 좋지만 대체로는 정통 문학작품을 즐겨 읽고 감동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만큼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강의를 많이 찾아 듣는다.
하지만 저것도 나인데. 이것만 나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아닌 척, 안 좋아하는 척, 관심 없는 척. 그래서 인생이 가끔 너무 피곤하다. 슈퍼에고가 모든 걸 틀어쥐고 있는 삶. 하지만 이게... 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이렇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아이고 니가 무슨 대단한 인간이라고. 왜 말을 못하니! 모르겠다 나도. 하지만 그런 게 있다. 암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