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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Feb 27. 2021

퇴사, 다이어트, 그리고 발렌타인데이



2021년 2월은 '누군가의 퇴사' 였다.


나의 퇴사를 떠올리게 했던, 여러모로 복잡했던 '누군가의 퇴사'였다. 우리 팀은 그분의 퇴사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익명으로 쓰는 브런치에도 차마 밝히기 어려운 사연이 많았다. 그분의 퇴사는 나를 속상하게 했다. 못내 헤어짐이 아쉽기만 했다.


2021년의 2월은 '다이어트' 였다.


나는 연휴 이후 불어난 살을 부여잡고 오열하다가. 고구마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매일 저녁밥 대신 고구마를 먹었다. 그러나 직장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술자리가 생기기 마련이었고. 나는 여전히 고구마를 먹지만... 어쩐지 자꾸 술자리가 생겨서, 고구마만 먹는 사람이 아니라 고구마도 먹고 저녁도 먹는 사람이 되었다(...)





2021년의 2월은 '발렌타인데이'였다.


친한 언니가 내게 비대면으로 초콜릿을 주고 갔다.(우리 집 문고리에 걸어놓고 간 것이다) 나는 그게 너무 웃기고, 또 귀여워서. 5개월 만에 그 언니를 만나러 갔다.


너무 오랜만이었다. 나는 무슨 이산가족을 만나러 가는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벤치에 앉아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반가웠고 어제 만난 사람처럼 격의 없었다.


언니가 준 초콜릿을, 오랫동안 녹여먹었다.




2021년 2월. 회사에서는 그런 일들이 있었다.



광고매체를 확장했다. 나는 소재를 기획했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광고대행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뀌는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컨텐츠를 기획했고, 작년 연말부터 이어오던 프로모션을 마무리했다. 웨비나를 통해 업계 사람들의 강의를 들었고, UI/UX 에 관심이 생겨 3-4권의 책을 사서 읽었다.





주말에는 외출을 했다.


조카랑 놀이공원에 가고, 사촌동생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밥을 사주었다. 새로 사귄 친구와 전시회에 다녀왔다. 전시가 좋아서 유홍준의 강의를 찾아들었다. 오랜 친구와 함께 정동길을 걸었다. 정동길에 얽힌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웃었다.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도 했다.







엄마의 생일을 맞아 거금을 썼다. 좋아하는 전 직장상사에게도 생일축하와 함께 작은 선물을 건넸다. 팀에서도 생일인 사람이 있었다. 인사팀에서 준비해 준 케익을 잘라먹으며, 박수를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폭죽도 터뜨렸다.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누군가와는 그만큼 가까워지면서.

2021년 2월을 보냈다.



누군가를 많이 미워했고, 누군가땜에 매일매일 웃었다.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연예인들을 보며 분노했고, 그런 연예인을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며 허탈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신보가 나와서 행복했다. <바른생활>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청소를 했고 빨래를 했다. 팟캐스트 <전국지인자랑>을 들으면서는 설거지를 했다. 안영미가 너무 재밌어서 눈물이 찔끔 났고 혼자 '한석규를 성대모사하는 안영미를 성대모사' 하면서 즐거워했다.


그런 날들이 지나갔다고 하니 어쩐지 서글퍼진다. 2021년 2월. 그런 날들이 있었다. 보고싶을 사람을 떠나보내고,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났던 날들이.


다시오지 않을 시간들이 벌써부터 그립다. 이렇게 또 한순간의 세월들이 사라져간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2021년 2월. 그런 날들이 있었다. 이 글은 기억하고 싶어서 썼다. 다시 오지 않을 찰나의 순간들을, 조금이나마 영원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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