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은 G로 시작한다.
그녀가 내게 사준 드립커피 세트로 커피를 내려 마시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드립커피' 라는 걸 내 손으로 내려먹을 줄은 몰랐는데. 친구 덕에 호강한다며 기분 좋게 커피를 마신다. 향이 너무 좋고, 똑똑 떨어지는 커피 방울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묘한 힐링이 된다.
매일 저녁은 H로 마무리된다.
그녀가 내게 사준 향수를 침대에 살짝 뿌리기 때문이다. 평소 향수를 잘 뿌리지 않기에 H가 준 향수는 침대나 거실에 살짝 뿌려두곤 한다. 향이 너무 좋다. 잠도 잘 오는 것 같고. 기분도 훨씬 좋다. 나에게는 이제 수면의 시그널 = H가 사준 향수의 향이 되어버렸다.
매일 아침과 저녁, 나는 G와 H에게 받은 선물을 사용하며 그녀들을 떠올린다.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지. 나도 그들을 좋아하니까 잘해주긴 하는데. 아니 그래도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지. 늘 고맙고 기쁘다. 그리고 생각에 끝엔 늘 '내가 더 잘해야지' 싶다.
지난 생일에는 절친한 N으로부터
케익과 함께 포토카드를 선물 받았다.
그 포토카드에는 우리가 생일 때마다 찍은 사진이 콜라주 형식으로 빼곡히 담겨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종이 한 장에 담긴 세월이 너무나 길었다. 나는 너무 고맙다고 카드를 끌어안고 울었다. 너무도 행복한 생일이었다.
M이 준 보석 십자수도 잊지 못할 선물이었다.
토이스토리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그녀는 9시간 걸려서 완성했다며 '예쁘지' 한 마디하며 대수롭지 않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너무 대수로운 선물이었다. 나는 너무 예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이걸... 직접 했다고? 나는 믿지 못해서 몇 번이고 되 물었다. 왜 이런 걸... 아니 내가 뭐라고... 이렇게 정성스러운 선물을 줘. M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
나이가 드니까 챙기고 챙김 받는 일이 더 잦아진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친구들과는 선물을 주고받는다.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샀어. 우울해하지 마, 기분 전환하면 좋겠어서 샀어. 그렇게 주고받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 그때마다 너무 고맙다. 항상 이 베풂이 당연하지 않음을 기억한다. 나누어준 온기에 항상 마음이 따뜻하다.
몇 년 전 <해피투게더>에 절친한 이영자와 최화정이 함께 나온 것을 봤다. 그때 최화정이 이영자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왔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오늘 아침 네가 준 콩가루에 우유 부어 먹었다.
오후엔 네가 준 가래떡을 구워 네가 준 꿀에 찍어먹었다.
저녁엔 네가 보내 준 청국장에 밥 한 그릇 뚝딱했다.
오늘도 온통 이영자다.
'오늘도 온통 이영자다'
이 한마디에 저들의 수십 년 우정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런 친구사이가 있어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도 어느새 그런 친구들이 생겼다. 내가 먼저 그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다가간 덕이다.
커피를 마시고, 오며 가며 사진을 보고, 액자를 들여다보고, 좋은 향기가 나는 침대에서 잠을 자고.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그녀들이 있어서 너무 좋다. 오늘 하루도 온통, 그대들이다.